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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의 시선] 농업보조금에 대한 의도적 오해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3-08-30 |
조회 |
1909 |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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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농업보조금에 대한 의도적 오해
한국농어민신문 이상길 농정전문 기자 2023. 8. 29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으로 많다는 주장이 있다. ‘언제까지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농민들도 경쟁력부터 길러라’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일부 언론, 재계 등에서 농업을 때리기 위해 단골로 이용해오던 논리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 나라 농업보조금이 OECD 최고 수준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됐거나, 아니면 고의적인 왜곡이다. 오히려 정부재정으로 지원되는 보조금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농업보조금이 많다는 주장에 자주 쓰이는 지표는 OECD가 1986년부터 사용하는 PSE(생산자지지추정치)라는 개념이다. PSE는 농업지지 정책으로 인해 연간 소비자와 납세자로부터 농업생산자에게로 이전 된 총 금액을 의미하는데, 이는 ‘재정지불액’과 ‘시장가격 지지’를 합친 것이다.
재정지불액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실제 지급하는 통상적 의미의 농업보조금을 말한다. 시장가격 지지는 국내가격과 국제가격 사이의 가격차를 정책에 의한 지지로 간주, 결과적으로 이것이 농민에게 이전된다고 가정한 이론적 추정치다. 시장가격 지지는 실제로는 농민들에게 지급되지 않는 것이다.
OECD는 국가 간 농업 보조 수준의 비교를 위해 생산자총수취액에서 PSE가 차지하는 비중인 %PSE를 사용한다. 생산자총수취액은 농업총생산액과 재정지불액을 합친 것이다.
우리나라의 %PSE는 2021년 기준 48.67%로, 아이슬란드 57.99%, 노르웨이 49.5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스위스는 48.66%, 일본 37.52%다. 이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가 과다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PSE는 통상적인 보조금인 재정지불액 외에 이론적인 추정치인 시장가격지지를 포함하는 방식 자체가 농업보조 수준을 정확히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의 경우 PSE가 높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시장가격지지가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나라는 국내외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시장가격지지가 큰데, 농민들에게 직접 돌아가지도 않는 시장가격지지를 보조금으로 간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내산과 수입산은 품질과 소비자 선호, 농업환경과 농업구조 등 모든 점에서 가격만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각국 농업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가격차만을 따져 이를 보조금으로 보는 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리이자 수출국의 입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A박사는 “국내외 가격차는 우리 한우와 수입 쇠고기를 비교할 때 한우를 프리미엄으로 보아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것처럼 국산과 수입 농산물 간의 품질 및 소비자 선호도 차이 등에서 비롯된 요인도 많다”며 “시장가격지지 전체를 농업지지정책에 의한 보조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짚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황성혁 박사는 “PSE의 문제는 동일 품목 가격은 세계적으로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서 국내외 가격차를 농업지지에 따른 것으로 보는 이론적 개념이어서, 우리처럼 수입산과 가격차가 큰 나라는 시장가격지지액이 과다 산출되는 것”이라며 “농민들이 받지도 않는 시장가격지지 대신 실제로 정부가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재정지불액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농민들에게 실제 지급되는 재정지불액은 어느 정도일까? 황 박사에 따르면 농업총생산액 중 재정지불액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의 %PSE는 2019~2021년 3년간 평균 6.2%로 OECD 38개국 가운데 30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는 OECD 평균 17.4%와 비교할 때 거의 1/3에 불과하고, 일본은 9.9%, 미국 11.7%로 우리보다 높다.
유럽연합 22개국은 4위~25위로 우리 아래인 나라는 하나도 없다.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뉴질랜드 0.2%(38위), 코스타리카 0.5%(37위), 콜롬비아 1.1%(36위), 이스라엘 2.5%(35위), 칠레 2.6%(34위), 호주 3.2%(33위), 멕시코 4.6%(32위), 캐나다 5.4%(31위) 등이다.
이처럼 PSE를 인용해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가 많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최하위 수준의 직불금 등 재정지불을 EU 등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 농가소득 안정과 지속가능한 농업을 지향해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농업관련 기업과 전문가 일각에서 PSE를 다시 소환, 농업보조금에 의존하지 말고 경쟁력을 키우라는 등의 주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들이 PSE의 본질과 문제점을 모르고 인용한다면 공부를 해야 할 것이고, 알고도 계속 거론한다면 심각하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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