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체류 규모가 확대되고 요건도 간소화된다. 농업계는 이를 반기면서도 한국어시험 점수가 의무적으로 필요해진 점에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법무부는 최근 발표한 ‘경제성장을 이끄는 비자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통해 외국인 숙련기능인력(E-7-4)을 혁신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숙련기능인력은 고용허가(E-9, H-2)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기간 등 일정 요건을 채우면 장기취업비자로 전환해주는 제도다. 체류기간 제한이 없어 사실상 영주권 부여 효과를 낸다.
이번 방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 5000명(정시 2500명+수시 2500명)인 숙련기능인력 쿼터를 3만5000명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당초 농업 배분 인력은 400명(수시)이었는데 전체 쿼터 확대에 비례해 농업 배분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자로 전환 요건도 간소화했다. 법무부가 숙련기능인력 전환 때 필수로 점검한다는 항목은 세가지다. 우선 국내에 4년 이상 체류하면서 정상 근로했는지를 따진다. 종전엔 5년 이상 체류해야 했는데 이를 완화했다.
두번째는 연봉 기준이다. 숙련기능인력 전환 직전 연도와 전전 연도의 평균 연봉이 2500만원 이상인지 살핀다. 기존엔 2개 연도의 연봉이 각각 2600만원 이상이어야 했는데 이 역시 완화했다. 다만 숙련기능인력 전환 후 연봉 2600만원 이상으로 고용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만 전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세번째, 한국어 능력이다. 법무부는 초급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증명하는 조건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 2급 이상’ 등의 성적을 요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점 사항이던 한국어시험 점수를 유예 기간 없이 의무화하면서 농촌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TOPIK 2급은 국내에 오래 체류한 외국인에게 크게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당장 원하는 점수를 얻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TOPIK 측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남은 시험은 11월에 있다. E-9 등 비자 만료를 앞둔 외국인 근로자는 이번 시험 기회를 놓치면 숙련기능인력 전환도 어려워지는 셈이다. 체류 기간에 여유가 있는 외국인 근로자도 내년 시험을 기약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숙련기능인력 확대 방침이 법률 개정 없이 지침 변경만으로 가능한 사항이어서, 내년에도 올해처럼 확대 기조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 남지 않은 11월 시험에 사활을 걸어야 하지만 농촌은 수확기를 앞두고 주말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고 시험장 접근성도 떨어지는 형편이다. 일례로 전남은 시험장이 목포대학교 등 두곳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숙련기능인력 제도 자체가 낯선 데다 조건도 갑자기 바뀌어 농가와 근로자로부터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어시험 의무화가 외국인 근로자의 농촌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시험에 관심 없던 외국인 근로자가 시험을 치렀다가 3급 이상 성적을 얻을 경우 일부 요건만 채우면 업종 제한이 없는 지역특화형 거주(F-2-R) 비자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서 “지금도 숙련기능인력 전환으로 장기체류가 가능해진 외국인 근로자가 농장 교체를 요구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애매한 수준의 한국어시험 성적을 의무화했다가 외국인들이 F-2-R 비자를 획득해 농촌을 벗어나는 현상을 가속화하지 않을지 염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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