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세를 띠던 대파값이 출하량 증가와 수입 대파 영향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대파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강원지역 작황 호전된데다 전국적으로 재배면적 증가
“건조·냉동 수입 영향도 지속”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8. 21
태풍 영향으로 강세장을 형성했던 대파값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최근 내린 비로 작황이 호전돼 출하량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산지의 인력 수급 문제와 정부의 할당관세 수입 등 구조적인 측면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해 향후 약세장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대파는 1㎏들이 상품 한단당 평균 1596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8월 평균(1952원)보다 18.2%, 평년 8월 평균(1921원)보다 16.9% 낮은 값이다. 대파값은 제6호 태풍 ‘카눈’ 영향으로 11일 1㎏당 3683원까지 치솟는 등 고단가를 형성했지만, 14일을 기점으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약세로 전환된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약세장이 길어지고 있는 건 예년과 달리 전국적으로 대파 출하가 이뤄지는 데다 태풍 때 내린 비로 작황이 호전돼 출하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용석 대아청과 경매사는 “지난해 대파값 강세와 대체 작목 부재 등의 영향으로 여름철 주 출하지인 강원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대파가 출하되고 있어 물량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특히 강원지역의 경우 이번 태풍 때 내린 비가 오히려 단비가 돼 작황 호조에 따른 출하량 증가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등 소비부진 영향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동건 한국청과 경매사는 “휴가철 막바지이고, 아직 개학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전반적인 대파 소비가 둔화된 상황”이라며 “경기 침체와 다시 확산하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외식 소비가 줄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인들은 인력 수급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며 작업량이 늘어나는 등 산지의 구조적인 변화도 약세 요인으로 지목했다. 대파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정홍진 제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기존에는 산지 유통인들이 대파 수확·출하를 담당하는 팀을 꾸리고 전국을 옮겨 다니며 작업을 전담해왔는데, 최근 외국 인력이 늘며 이같은 작업팀의 수가 급격히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통인뿐 아니라 일반 농가들도 이같은 작업팀을 활용한 출하가 원활해지면서 물동량이 증가해 시세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5∼6월 진행된 정부의 대파 할당관세 수입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4월말 5000t 규모로 대파 할당관세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6월말까지 신선·건조·냉동 대파의 무관세 수입을 추진한 바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5∼6월 건조대파는 255.6t(신선 환산 시 약 3651t), 냉동대파는 3757.7t이 수입됐는데, 장기간 보관 가능한 수입 건조·냉동 대파가 시세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수입 건조·냉동 대파가 도매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더라도 도매시장의 주 거래처인 식자재·급식 업체 등으로 유통되면 결국 국산 시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출하량 증가, 수입 대파 영향 등으로 당분간 대파값이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동화청과 경매부장은 “전국적으로 작업량이 늘어나 도매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물량보다 많은 대파가 출하되고 있다”며 “추석 대목장 이전까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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