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31일부터 경북 서안동농협에서 올해산 홍고추·건고추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높은 값에 거래되지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물량이 국내로 반입되고 있어 생산자들의 우려가 크다. 안동=현진 기자
첫 출하 경락값 호조
일반 건고추 작년 대비 33% 홍고추는 43% 높은값 거래
작황 악화로 생산 감소 영향 산지, 수입 영향에 촉각
이달중 1900여t 들여올 듯 구체적 방침은 아직 안나와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8. 7
경북 안동 등 건고추 주산지에서 올해산 고추 경매가 시작된 가운데 고추값이 지난해보다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감소한 데다 7월 이어진 긴 장마로 작황이 악화해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고추값이 강세를 띠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한 건고추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물량이 국내로 반입되고 있어 이들 물량에 대한 정부 방침에 생산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산 고추값 강세로 출발…작황 악화로 생산량 감소 영향=7월31일부터 서안동농협의 올해산 고추 산지 경매가 시작돼 주산지 농가들의 출하가 본격화하고 있다. 3일 서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 꼭지 제거 건고추(화건) 경락값은 600g당 평균 1만4303원, 일반 건고추(화건)는 600g당 평균 1만2820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각각 28.3%·33.4% 높았다.
꼭지 제거 홍고추도 1㎏당 평균 3499원, 일반 홍고추는 1㎏당 평균 3660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날 시세보다 각각 18.1%·42.6% 높은 값이다.
올해산 건고추·홍고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강세를 띠는 건 재배면적이 줄고 작황이 악화해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산 고추 재배면적은 2만7965㏊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6.1%·9.4%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일손부족 문제가 심화해 안동 등 주산지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강병욱 안동시농업기술센터 원예기술팀장은 “올해 안동지역 재배면적은 1417㏊로 지난해보다 3%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고추산업의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고령농가들이 농사를 포기한 경우가 많아 면적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7월 집중호우와 긴 장마 영향으로 탄저병 등 병해가 확산해 작황이 악화한 것도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이대홍 경북도농업기술원 영양고추연구소 연구사는 “이달초 기준 영양지역 전체 고추의 7.2%에서 탄저병이 발생했는데 지난해(0.2%)보다 크게 확산했다”며 “시듦병 발생률은 6.7%로, 지난해보다 두배가량 확산해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올해 고추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5%가량 감소한 6만t 내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추 가격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연수 서안동농협 경매사는 “건고추 반입량이 지난해보다 10∼20% 줄어드는 등 생산량 감소에 따른 여파가 당분간 시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아직 수확 초기라 전체적인 생산량 추이는 지켜봐야 하고, 고추 소비가 집중되는 8∼9월 이후에는 수요가 줄며 시세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추세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건고추, TRQ 수입 진행…판매 계획은 아직=한편 건고추 TRQ 수입 물량이 이달 중 국내로 반입될 것으로 보여 향후 판매 계획 등 정부 방침에 산지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6월 하순 물가 안정을 위해 7월 중 건고추 3000t을 TRQ를 통해 수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이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6월말부터 7월 중순까지 세차례에 걸쳐 ‘2023년 세계무역기구(WTO) 고추 국영무역 입찰’ 공고를 올렸고 1940t의 물량이 수입업체들에 낙찰됐다. 이들 업체는 이달 하순까지 수입을 완료할 전망이다. 다만 수입 이후 판매 시점과 대상 등 구체적인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RQ 물량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생산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봉주 충북 제천 봉양농협 고추작목반장은 “산지 경매가 한창인 가운데 냉동고추도 아닌 수입 건고추가 풀리면 국산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생산비가 크게 올랐고 대부분 고령농인 고추농가들의 특성상 가격 하락이 심화하면 내년 농사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전문가들도 건고추 TRQ 수입 물량에 대한 정부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호영 농경연 양념채소관측팀장은 “건고추는 국산과 수입 시장이 명확히 분리된 품목이고 TRQ 수입이 상당 기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수입 물량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인 상황”이라며 “정부 또한 산지 시세 흐름을 보고 수입 물량의 판매 계획 등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욱 북안동농협 경매사는 “고추값 강세가 이어질 경우 TRQ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우려가 산지에 팽배해 있다”며 “값이 뛰었지만 생산량 또한 많이 줄었기 때문에 수입 영향으로 국산 값이 하락하면 농가의 손해가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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