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고창군의회가 1일 전국 최초로 ‘농촌인력 적정인건비 운영에 관한 조례’를 공포했다. 사진은 4월20일 고창군이 과도한 농촌 인건비 상승을 막기 위해 ‘농업 근로자 인건비 안정화 상생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모습. 고창군
농촌인력 적정 인건비 조례 제정...전국 최초
심의위 통해 적정 비용 제시
성실 준수한 소개소·농민에 포상·사업선정 가점 등 부여
타지역으로 인력 유출 우려 작목, 시기별 기준 수립 숙제
농민신문 하지혜 기자 223. 8. 3
농촌인력의 적정 인건비를 규정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전북 고창군(군수 심덕섭)에서 처음으로 제정됐다. 이같은 법적 근거가 농번기 치솟는 인건비를 안정시키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창군의회는 1일 ‘농촌인력 적정 인건비 운영에 관한 조례’를 공포·시행했다. 고창군 소재 유료 직업소개업소가 공급하는 농업인력이나 농민이 고용한 근로자의 적정 인건비 운영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농촌인력 인건비의 안정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다.
쉽게 말해 직업소개업소가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매기거나 농민이 인력 경쟁으로 웃돈을 주고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적당한 수준의 농촌인력 인건비를 정한다는 것이다. 농촌인력 적정 인건비 기준을 조례로 규정한 건 고창군이 전국 최초다.
조례는 우선 ‘농촌인력 인건비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인 노형수 부군수를 비롯해 지자체 담당자, 유료 직업소개업소 및 농업계 관계자, 노무·임금 전문가 등 11명 이내로 구성한다.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농업 근로자의 적정 인건비를 제시하면 이를 10일 이내에 군 누리집이나 군정 소식지에 게시해 지역에 알린다.
조례에 따르면 군 소재 유료 직업소개업소와 근로자를 고용한 농민은 심의위원회에서 제시한 적정 인건비를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군은 적정 인건비를 성실히 준수하는 등 유료 직업소개사업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업소를 포상하거나 행정처분이 있을 시 감경할 수 있다. 적정 인건비를 잘 지킨 농민에게는 각종 농업분야 사업 선정 때 가점을 줄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고창군은 수박·멜론·고추·양파 등 밭작물의 정식기와 수확기에 인력난으로 인건비가 치솟는 일이 잦아 해결책을 모색해왔다”며 “앞서 올 4월에 직업소개업소·농민과 ‘농업 근로자 인건비 안정화 상생 결의대회’를 연 이후 실제로 인건비가 낮아지는 효과를 보고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조례는 제정됐지만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적정 인건비를 정하는 것부터 난제다. 고창군은 이른 시일 안에 농촌인력 인건비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저임금과 농촌인력의 평년 임금 등을 고려해 적정 인건비를 정할 방침이다. 모든 작목의 적정 인건비를 통일할지, 작목별·시기별로 인건비를 달리 정할지도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조례가 강제성을 띠지 않아 적정 인건비 준수를 의무화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아울러 고창군의 농촌인력 인건비가 낮아지면 다른 지역으로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지역 유료 직업소개업소와 농가들도 농촌인력 인건비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인센티브를 강화해 적정 인건비를 준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장기적으로 고창군의 조례가 모범 사례로 자리 잡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인력 유출 등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농가 부담 완화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