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사업 2년째 공전
지역주민들 반대 주요 원인
인식 개선·인센티브 제공을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3. 8. 2
전남 담양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 지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당초 올해까지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시설원예농가가 모여 있는 봉산면 와우리에 기숙사 건립을 추진했는데 농사를 짓지 않는 주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군은 창평면으로 사업부지 이전을 꾀했지만 이 역시 주민 반대에 부닥쳤고 최근에야 담양읍 에코산업단지에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군 관계자는 “9월 착공 계획인데 또 틀어질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농가의 외국인 근로자 숙소 마련 부담을 덜고 근로자에겐 질 좋은 숙소를 제공한다는 목적에서 추진 중인 정부 사업이 2년째 공전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혐오시설로 보고 지역 내 건립을 기피하는 님비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2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 지원사업의 예산 이월 과다 발생 문제를 지적했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100명을 수용하는 시·군 단위 기숙사(지역거점형)나 50명을 수용하는 마을 단위 기숙사(마을공동형), 농가 단위로 3명까지 수용하는 숙소(조립주택형)를 지을 때 필요 예산의 절반을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농촌의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부지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농가가 직접 숙소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지난해 2년차 사업으로 처음 시작됐다. 농식품부는 지역거점형 2곳, 마을공동형 8곳 등 10곳을 대상지로 선정했고 올해까지 완공해 근로자 약 600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농식품부가 지자체에 교부한 국비 42억원 중 집행된 예산은 3.5%(1억4500만원)에 그쳤고 96.5%(40억5500만원)는 불용됐다. 사업을 제대로 시작조차 못한 것이다.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에 따라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 사업이 늦어진 곳도 있었지만 상당수 지역에선 주민 반대로 당초 확보한 부지 내 착공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기숙사가 혐오시설이라는 게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실제 대상지 10곳 중 5곳에선 1차례 이상의 부지 변경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올해까지도 이어져 단 한곳의 기숙사도 문을 열지 못했고 여전히 일부 지자체는 부지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부지를 확보한 우리 사정은 나은 편”이라면서 “동네에 피부 색깔이 다른 외국인이 모여 사는 것을 꺼리는 주민들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년차 사업을 내년부터 3년차 사업으로 개선해 부지 확보 등에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촌 외국인 근로자의 도입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에 대한 인식 개선 없이는 이런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함께 기숙사가 들어서는 지역주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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