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율관세할당(TRQ)으로 수입된 중국산 양파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해 국산 양파값이 하락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앞둔 양파 모습
7월24일부터 할당관세 50%
업체 대기물량 한번에 풀리고 소비부진 겹쳐 값 내림세 뚜렷
생산자 “향후 물량 협의” 촉구 유통업체도 “이대로 가면 위기”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8. 1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도입한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이 본격화하면서 양파값 하락세가 나타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다. 생산자·유통인들은 수입 양파로 인해 국내 양파산업 기반이 잠식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TRQ 수입에 따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7월초 물가 안정을 위해 올 하반기 신선양파 TRQ 수입을 9만t 규모로 진행하고 관련 절차를 거쳐 이르면 7월말부터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7월21일 ‘2023년 양파 세계무역기구(WTO) TRQ 실수요자 배정 공고’를 올렸고 24일부터 수입 추천서를 선착순으로 업체들에 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고에 따른 수입 이행 기간은 이달 21일까지고, 수입물량은 2만t이다.
정부의 TRQ 수입 계획이 실행되면서 7월24일부터 할당관세(50%)를 적용한 중국산 양파가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4∼28일 중국산 신선양파 통관건수는 36건으로, 이를 통해 추정한 수입량은 최소 864t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해당 주간에 2000t가량의 TRQ 물량이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수입업체 대표는 “정부가 7월말부터 TRQ를 통해 수입 양파를 시장에 공급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상당수 수입업체들이 미리 수입을 한 뒤 추천서를 받을 때까지 통관을 보류하고 있었다”며 “추천서 발급이 시작되면서 이같은 대기 물량들이 전부 통관을 진행해 대략 2000t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간 수입된 양파는 상당수가 서울 가락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7월24∼29일 가락시장의 수입 양파 반입량은 798t으로 일주일 전(17∼22일, 497t)보다 60.6%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산·수입 양파 가격이 모두 하락하는 등 TRQ 수입 여파가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국산 양파값은 7월22일에는 상품 1㎏당 평균 1422원을 기록했으나 수입 양파 반입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24일 1318원으로 하락했고, 31일에는 1250원에 거래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입 양파값도 22일 1437원에서 28일 858원으로 대폭 하락한 뒤 31일 반입량이 감소하면서 1113원으로 소폭 반등했다.
장성용 중앙청과 경매사는 “TRQ 수입 양파가 들어오면서 1일당 반입량이 140∼150t까지 늘어나 국산·수입 양파 모두 영향을 받는 상황”이라며 “특히 현재 휴가철과 방학이 겹치면서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수입 양파 물량이 늘어나자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입 양파가 일시에 몰리면서 형성됐던 하락세는 수입업체들이 출하 조절에 들어가면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TRQ를 통해 수입된 중국산 신선양파의 원가는 인천항 기준 1㎏당 960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입업체들이 적자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출하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유승철 동화청과 경매사는 “수입 양파값이 900원 밑으로 내려가면 업체들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당분간 홍수출하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소비부진이 심화하면서 국산 양파도 출하 조절에 들어가 전체적인 반입량이 줄고 있기 때문에 양파값이 약간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TRQ 수입 양파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생산자들과 유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예상했던 대로 TRQ 수입이 본격화하자마자 양파값 하락세가 시작됐다”며 “이미 공고가 올라간 2만t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향후 추진 물량에 대해서는 정부와 생산자 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석규 한국농산물냉장협회장은 “올해 저장양파 입고 가격과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국산 양파 가격이 1㎏당 1600원은 나와야 손해를 보지 않는 상황인데, 수입 양파 때문에 양파값이 하락해 유통인들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현재 시세로는 유통업체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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