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으로 농업인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농촌소멸을 막기 위해 외국인 정착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농업서비스 제공기관 신설 등 각종 제도를 정비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경남연구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정착제도 활용을 통한 농어촌소멸위기 대응’ 보고서를 내놨다.
외국인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근로 여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경남연구원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농업서비스 제공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농업서비스 제공기관이 내·외국인 구분 없이 농업에 종사할 근로자를 유급으로 고용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농업서비스를 받는 농가가 이 기관에 비용을 지불하게끔 하자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농가는 인력을 관리하는 부담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정부가 올해 본격 시행한 ‘공공형 계절근로사업’과 결을 같이한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한 지역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관리하면서 단기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근로자를 일(日) 단위로 파견하는 사업이다. 경남연구원은 상설 기관을 통해 내·외국인의 농업 일자리를 연계하는 개념으로 이를 확장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지역특화형 비자(지역 거주 비자)와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계절근로(E-8)·고용허가(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가 특정 기간 근무한 성실근로자로 인정되면 농업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장기 취업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지역 거주 비자를 발급받아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문호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 외국인 근로 인력을 데려오고 다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불법체류 문제 등이 매년 반복된다”면서 “(농업서비스 제공기관 설립으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내국인 역시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받고 (농업분야 근로자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제도는) 노동력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농촌소멸·불법체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국인 정착제도 개선 과정에서 지자체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호주와 캐나다는 이민정책을 통해 유입된 외국인 근로자가 도시에 몰리지 않도록 ‘지역비자 정책’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최서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민정책에서) 캐나다의 여러 실험이 성공적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캐나다가 상향식(Bottom-up)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의 관점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이민자를 유치하는 지방정부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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