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찾은 강릉 대기리 무 포전.
본격 출하철 맞은 강원도 ‘고랭지 무’ 산지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3. 7. 25
강원 평창군 진부면 일대를 시작으로 고랭지 무가 출하되고 있다. 고랭지 무는 대개 7월부터 길게는 10월까지 강원권의 고지대에서 생산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변수에 취약해 생산량이 많지 않은 구조 속에서 산지 분위기는 해를 거듭할수록 위축되는 추세다. 올해 역시 출하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일부에서 무름병, 위황병 등의 확산 조짐이 있고, 지난해와 달리 바이러스성 병해도 출몰했다. 최근 중부권을 강타한 장마전선과 이후로 이어질 폭염 등 향후 날씨 영향을 예측하기도 어려워 수급과 시세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20~21일 대아청과 관계자들과 고랭지 무 산지인 평창 진부·횡계, 정선 임계, 강릉 대기리 일대를 둘러봤다.
# 산지 작황은 장마 이후 고온 지속되면 병해 확산…생육 악화 우려
대표적인 고랭지 무 주산지는 강원 평창(진부), 홍천(내면), 정선(임계), 강릉 일대다. 올해 출하 시점은 지난해보다 앞당겨진 흐름이다. 준고랭지로 분류되는 평창 진부에서 지난해보다 10일 정도 앞당겨 7월 초부터 출하를 개시했고, 이후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출하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선 임계가 7월 말부터, 평창 횡계는 8월 20일부터, 홍천 내면이 8월부터 10월 초까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격적인 출하기를 앞둔 산지의 작황은 잦은 비 이후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무름병, 위황병 등 병해가 일부 포전에서 나타나는 등 전년보다 좋지 않은 편으로 평가된다.
진부농협 관계자는 “처음에는 비가 일정하게 왔는데, 너무 많이 내리다보니 무가 다 자라기도 전에 터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터진 부분에서 짓무름이 발생하는 무름병이 생기고 있다”며 “앞으로 기온이 급격하게 올라가면, 짓무름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선 임계 일대에선 위황병(시들음병)도 확인된다. 지속된 연작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황병은 식물의 잎이 푸른빛을 잃고 희거나 누런빛을 띠는 병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엔 보이지 않았던,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병해(세균병)도 평창 횡계리와 강릉 대기리 일대의 포전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는 등 산지에선 노심초사하는 기색이다.
문제는 향후 기상 여건에 따라 생육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지를 함께 둘러본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은 “7월 하순 기준 충청권 무 출하 작업이 끝난 상황이며 경기권도 막바지 단계다. 제주 월동무 저장 작업이 빨리 진행돼 봄무 등 전반적인 무 출하 시기가 앞당겨져 고랭지 무 출하 시점도 빨라진 상황이다. 출하 초반인데, 작황이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것 같다. 지난해에 없었던 세균병이 나오는 부분도 심상치 않다”면서 “장마 이후 날이 뜨거워지면 병해 확산으로 작황이 훨씬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역별 또는 지역 내 포전별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은 올해도 어김없이 빚어지고 있다.
진부에서 한창 출하 작업을 하던 중에 만난 윤형석 씨는 “여기는 250평당 5톤 차량 1대 작업 물량이 나오는데, 500평 이상 작업해야 차량 1대 물량이 나올 정도로 작황이 안 좋은 곳도 많다”면서 “지역별 또는 지역 내에서도 포전별 작황 차이가 극과 극”이라고 전했다.
# 수급 전망 ‘작년 높은 시세’로 재배 의향 늘었지만 ‘생육환경 악화’로 이탈도 많아
산지 및 유통 관계자들은 고랭지 무 정식 물량이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높은 시세 영향으로 산지의 재배 의향이 높아진 측면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는데, 실제 정선 임계 일대에는 지난해 배추에서 올해 무로 전환한 포전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강릉 대기리에는 지난해 무에서 올해 배추로 전환한 곳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 지역별로 크고작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계농협 관계자는 “계약재배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데, 계약재배를 하지 않은 물량 중 배추에서 무로 전환한 포전들이 많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은 기온이 높아지는 등 갈수록 생육 환경이 나빠져 무·배추 대신 양배추, 감자, 사과 등으로 품목을 전환하는 농가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 시세 전망 “박스당 최소 1만5000원” 기대 속 집중출하·소비 변수…‘8월 초’ 관건
산지 생산자들은 도매시장 시세 기준으로 무 1박스(20㎏ 기준)당 최소 1만5000원 정도 나와야 생산비를 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릉 대기리에서 무를 재배하고 있는 최선동 강릉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종자·농자재·인건비 등을 비롯해 포전 임차료까지 감안하면 평당 투입되는 생산비는 7000원~1만원 정도 되고, 하역·포장재·운송 등 유통비용을 7000원 정도로 계산하면, 박스당 시세가 최소 1만5000원은 나와야 하는데 현재 시세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18일부터 25일까지 최근 1주일간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무 평균 가격(20㎏ 상품)은 최저 1만2899원에서 최고 1만6448원이다.
시세 전망은 불확실하다. 중부권 집중호우로 인한 엽채류 공급 차질 등에 따라 배추·무로 대체되는 수요가 많아져 시세가 양호할 것이라고 보는 현장 분위기가 있는 반면 저장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한 김치공장의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정·식당 소비까지 얼어붙는 등 전반적인 소비 침체에 따른 하락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김찬겸 대아청과 차장은 “중부권 집중호우로 출하 작업을 하지 못한 물량들이 7월 말까지는 도매시장에 홍수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물량이 정리되는 시점인 8월 초부터 시세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며 “비가 쏟아진 뒤 폭염이 오면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시세가 완전히 무너지거나 그 반대다. 현재로선 전망이 조심스럽지만, 지금 도매시장 시세보다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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