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지 마늘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생산자들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마늘 생산량 통계가 산지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생산자들은 농산물 생산량 통계기관과 관측기관이 이원화돼 있어 매년 혼란이 발생한다며 농업 통계 주무부처 일원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20일 경남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대서종 마늘은 상품 1㎏당 평균 2982원에 거래돼 지난해 7월(5195원)보다 42.6%, 평년 7월(3986원)보다 25.2% 낮은 값을 기록했다. 올해 마늘값은 산지경매가 시작된 이달초부터 1㎏당 평균 3000원대 초반에 거래되며 지난해와 평년보다 약세를 띠었다. 이에 정부가 5일 저품위 마늘의 시장격리를 중심으로 한 수급대책을 긴급 발표하면서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곧 하락세를 띠며 3000원대마저 무너진 형국이다.
올해 마늘값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산지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들은 대부분 깐마늘 가공업체를 겸영하는데 지난해 정부의 마늘 저율관세할당(TRQ) 수입과 소비부진에 따른 깐마늘값 하락으로 상당수 중도매인이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산지마늘값은 1㎏당 5000원대를 기록하며 깐마늘 업체들의 원가 부담은 높았던 반면 깐마늘 도매가격은 올해 4월부터 급격히 하락해 6000원대에 머물며 손해가 누적됐고, 결국 올해 산지경매에 소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마늘 품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점도 가격 상승을 방해하는 요인이라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강금출 창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은 “벌마늘 등 저품위 마늘 비중이 평년에는 15∼18%에 그쳤다면 올해는 25∼30%에 달해 중도매인들이 가격을 보수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저품위 마늘의 경우 저장성도 떨어져 구매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올해 마늘값 약세가 장기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마늘 생산량 통계가 산지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통계청은 19일 ‘2023년 보리·마늘·양파 생산량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생산량은 31만8220t으로 지난해보다 4만5461t이 증가했다. 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7월 관측월보’에서 밝힌 올해산 생산량 추정치(31만2000t 내외)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문제는 올해가 아닌 지난해 통계·관측치 차이에 있다는 게 생산자들의 지적이다. 통계청의 지난해 마늘 생산량 통계는 27만2759t인 반면, 농경연의 지난해 관측치는 29만824t으로 통계청 자료보다 2만t가량 많다. 그 결과 양 기관이 내놓은 올해 생산량 통계·관측치와 비교 시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농경연 관측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7.4% 늘어난 것에 불과하지만 통계청 기준으로는 무려 16.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생산자들은 통계청 마늘 통계를 기반으로 산지 수급 상황이 왜곡 전달돼 가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언론은 “마늘 1㎏당 7000원…껑충 뛴 가격에 생산량 4년 만에 최대↑” “잦은 비에 보리 생산량 1.1%↓…마늘은 4년 만에 최대폭 증가” 등 통계청 발표를 기반으로 올해 마늘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상황이다. 한국마늘가공협회도 산지 공판장 관계자와 중도매인들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6.7% 증가했다”며 “마늘 거래에 참고해달라”는 내용의 협조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문 마늘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통계청 발표를 기준으로 삼을 경우 올해 마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급증한 것으로 비쳐져 산지 공판장의 중도매인들이 가격 제시 수준을 좀더 하향할 수 있다”며 “지난해 통계청의 자료는 오류가 많고, 올해 통계도 5월 하순 잦은 비에 따른 생산량 감소분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산지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혼란을 줄이려면 결국 이원화된 농업 통계·관측 업무를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통계청의 자료가 부정확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근거로 수급정책을 검토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매번 반복되는 혼란을 줄이려면 농업 통계·관측 기관을 일원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