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농작물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업분야 재해대책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규모는 21일 오전 6시 기준 3만5068㏊로 집계됐다. 가축 폐사마릿수도 88만3000마리에 이른다. 이에 앞서 3월말∼4월초에는 이상저온과 서리로 9628㏊에 달하는 농작물 피해가 일어났고, 이어 6월 대규모 쏟아진 우박으로 농작물 피해가 5149.9㏊ 추가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자연재해에 그대로 노출되는 농업의 특성상 농민들은 매년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다.
이에 농가들이 영농을 이어갈 수 있도록 농업분야의 재해보상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법상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정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에 근거해 농가 피해를 보상한다. 피해를 본 농가는 생계유지 차원에서 ▲생계지원비 ▲학자금 면제 등을 지원받고, 영농에 복귀하기 위해 ▲농약대 ▲종묘대·비료대 ▲농경지 복구비 ▲농업용 시설비 및 철거비 ▲농작물 및 가축 폐기비 등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신속한 영농 복귀를 돕기 위한 정부의 재해복구비 가운데 상당수는 자연재해를 입은 농민이 자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100% 받을 수 있는 재해복구비는 농약대뿐이다. 나머지는 정부 지원액만큼이나 농민들이 융자 등을 통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 복구비는 정부 지원이 35%인 반면 나머지 65%(융자 55%, 자부담 10%)는 농민이 부담해야 한다. 대파대 역시 정부 지원은 50%이며 나머지 50%(융자 30%, 자부담 20%)는 농민 몫이다. 융자의 경우 정부가 저금리를 보장해준다고 해도 결국은 농민들이 상환해야 할 비용이다. 게다가 영농활동의 필수품이 된 농기계는 자연재해에 따른 보상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더욱이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별도의 보상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농가를 대상으로는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손해를 보상하고 있지만 농작물재해보험 도입 품목은 2023년 기준 70개에 불과하다. 모든 농가에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가입농가는 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비보험 작물재해 지원 프로그램(NAP)’을 도입, 자연재해 발생 시 보험 가입 대상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도 피해를 보상하고 있다.
자연재해 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법안은 이미 국회에 여러건 발의돼 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이 대표발의 한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자연재해로 농작물을 다시 심는 경우 기존 종묘대·비료대 대신 농업경영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이 대표발의 한 동법 개정안은 농가소득 감소분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농민단체들도 현행 농업재해대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상시화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존 농업재해대책을 크게 보완해야 한다”며 “특히 각종 불확실성 속에서 농민들이 안심하고 영농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존 정책 외에 농가경영 안전망 확충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성명을 내고 “현행 ‘자연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시설복구나 생계비 지원에 그치고 있어 재해로 위험에 처해 있는 농가경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가 농업재해를 책임지는 ‘농업재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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