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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민신문] [현장] “고랭지배추 작황 양호하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시세에 활기 잃어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7-22 조회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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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일대 고랭지배추 생산단지 모습. 50만평에 달하는 안반데기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고랭지배추 생산단지로, 농가들이 연작피해 예방을 위해 토양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장] “고랭지배추 작황 양호하지만...”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시세에 활기 잃어


                                                               한국농어민신문  우정수 기자  2023. 7. 21


 강원도 일대 고랭지배추(여름 배추) 출하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출하기에 들어 한창 활기를 띠어야 할 고랭지배추 주산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일부 폭우 피해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작황이 양호한 편이지만, 배추 소비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한 탓에 좀처럼 시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매시장에서 생산비도 손에 쥐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산지 표정이 더 어두워지고 있다. 고랭지배추 재배 현장 상황 파악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 동안 대아청과 관계자들과 함께 대표적인 고랭지배추 산지인 태백 매봉산과 화전동 제2개간지, 정선군, 강릉 안반데기 일대를 둘러봤다.


    # 명성 잃어가는 매봉산, 버티는 안반데기

     
     각종 병해·이상 기후 탓  해마다 재배면적 감소

     배추 수요도 크게 줄어  농사 포기농가 증가 걱정


올해 태백 지역 고랭지배추 재배면적은 약 433ha 수준으로, 지난해 459h보다 6%가량 줄었다. 무름병과 같은 각종 병해와 기상 여건에 큰 영향을 받는 배추 재배에 힘겨워하던 농가들이 배추 농사를 포기했고, 선충 피해 예방을 위한 휴경 등도 재배면적 감소의 원인이 됐다.

태백 고랭지배추 생산의 핵심지인 매봉산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해발 1303m로, 국내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고랭지배추 생산단지인 매봉산은 강릉 안반데기와 함께 고랭지배추 주산지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매봉산 생산단지도 각종 병해와 연작피해 등 환경 변화를 이겨내지 못해 해마다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매봉산에서 고랭지배추 유통을 하는 정승래 씨는 “선충 피해로 인한 휴경에다 작목 전환 면적도 상당해 전체 30만 평에 달하던 고랭지배추밭이 지금은 3분의 1 수준까지 줄었다”라며 “이달 초 내렸던 폭우로 전체 면적의 10% 정도가 유실됐고, 무름병 등으로 평년보다 작황까지 좋지 않아 심어놓은 배추 가운데 약 40%만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 동행한 고행서 대아청과 영업2팀 차장은 “해마다 이 시기에 매봉산에 방문하는데, 생각보다 휴경지도 많고 배추 상태도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다”라며 “고랭지배추 단지의 상징과도 같은 매봉산 지역이 명성을 잃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같은 태백 지역 고랭지배추 재배 현장에서 태백농협이 운영하는 농산물 산지유통센터(APC)가 농가들에게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관내 배추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포전 및 배추 품질 관리를 지원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업이 ‘공동방제단’ 운영이다. 주기적인 포전관리와 적절한 약재 처방을 통해 병충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농가들이 재배하는 배추의 전반적인 품위를 높이기 위해 ‘재배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 중에 있다. 또한 2016년 ‘저온유통체계구축사업’으로 마련한 ‘차압예냉실’을 활용해 보다 우수한 품질의 배추를 시중에 공급하고 있다. 김상호 태백농협 농산물유통가공사업소 팀장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한 배추의 60%는 대형마트와 김치공장으로, 40%는 정가·수의매매 형식으로 도매시장에 보내고 있다”면서 “농가에 계약재배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계약재배 참여 농가수가 2016년 30여 농가에서 지금은 배로 늘었다”고 소개했다.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 일대 50만 평에 달하는 고랭지배추 재배단지 상황은 매봉산보다 한결 나아 보였다. 대다수 농가가 추석 성수기에 맞춰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6월 중순~말 사이 정식을 진행한 만큼 아직은 배추가 많이 자라진 않은 상태. 하지만 생육 환경 자체가 양호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반데기에서 고랭지배추를 재배하는 김시갑 무·배추 공동출하회 연합회장은 “올해는 생육 조건이 좋은 편으로, 배추 정식 후 비가 많이 내리긴 했으나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만, 비가 많이 온 만큼 배추 성장 속도는 평균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라고 언급했다.

안반데기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고랭지배추 생산단지로, 배추를 재배하기 시작한 지 5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예전 명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매봉산을 반면교사 삼아 농가들이 토양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동 강릉 고랭지채소 공동출하협의회장은 “매봉산 배추밭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지방자치단체에 토양개량제, 소독제 지원을 요청하며 토양 살리기에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다”며 “농가의 노력으로 배추밭이 무너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늘어가는 농가 부담


    파렛트 하차거래 시행 후

    산지 작업에 농가 애로  비용부담도 늘어나 한숨


 올해 같은 경우 4월부터 가락시장에서 전면 시행한 배추 파렛트 단위 하차거래가 배추 생산 농가 및 산지유통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상당한 경사지인 고랭지배추 단지 특성상 수확과 동시에 파렛트 작업을 하기가 어려워 수확한 배추를 평지로 이동시키는 단계가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선군 사북읍 포전에서 만난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준고랭지의 경우 도로에서라도 파렛트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고랭지에선 수확한 배추를 차량으로 한 번 이동시키고 나서야 겨우 작업이 가능해 상당한 추가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배추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선 임계농협 관계자도 “일반 배추 농가의 경우 파렛트 작업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배추가 망가지는 것을 포전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배추 시세, 살아날까?


    김치공장 봄배추 저장량 많아

    8월 중순부터 시세 반등 기대


 올해는 긴 비에도 불구하고 국내 고랭지배추 작황이 전반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추 품질 대비 도매시장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월 21까지 가락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 월 평균 가격은(10kg, 상품) 7046원. 도매법인에서 분석한 생산비(7069원, 운송비·수수료 포함)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고랭지배추 시세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소비 부진이다. 그 중에서도 김치공장 수요가 얼어붙었다. 지난해 배추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치공장에서 올해는 봄배추를 많이 저장해 뒀고, 이 봄배추가 공장 저장고에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게 가락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규섭 대아청과 영업1팀 차장은 “김치업체 입장에선 저장해 놓은 봄배추 상품성이 떨어지기 전에 그 물량부터 빨리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김치공장 사정이 시세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시세 하락의 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수급 정책을 꼽고 있다. 정부가 올해 봄배추 1만여 톤을 비축했는데, 이 물량이 조금씩 풀리면서 시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명길 한국유통법인 강원도연합회장은 “정부가 비축한 배추 가운데 상품성이 떨어진 배추를 폐기비용보다 낮은 가격으로 김치공장에 공급하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수급 정책이 산지유통인과 농가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런 상황에도 8월 중순 즈음부턴 시세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추 정식 시점을 감안할 때 8월 10일 이후부터는 산지에서 나올 배추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아청과의 고행서 차장은 “8월 중순 이후부터 산지 출하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시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 시기엔 품질 관리가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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