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on
 
 
    > 게시판 > 농산물뉴스
 
[농민신문] 복구 엄두도 못 내는데 또 비 소식...타들어가는 농심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7-21 조회 1696
첨부파일 20230719500671.jpg
*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사과나무 유실과 도복 피해를 본 권헌찬씨(73·경북 봉화군 봉성면 금봉2리)가 자갈밭이 된 농장을 둘러보며 허탈해하고 있다. 봉화=김병진 기자



        시름에 잠긴 경북·충청권

        농로 끊겨 과원·논밭 접근 힘들어

        경북, 농업계 피해 규모 2861㏊

        봉화·풍기 인삼밭 100㏊ 쑥대밭

        전북 하우스단지 물빠짐도 더뎌


                농민신문  봉화·영주=유건연, 충주·청주=황송민, 익산=이상희 기자   2023. 7. 19


 충청권과 전북·경북에 긴 장마와 함께 폭우가 쏟아져 농가 피해가 극심하다. 더 큰 문제는 복구작업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점이다. 곳곳에 농로가 끊겨 과수원과 논밭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데다 일부 침수지역에서는 물빠짐 속도가 더디다. 이번 주말 비가 더 올 것이라는 예보가 이어지며 지방자치단체나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사도 현장 피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곳곳에 농로 끊기고, 인명구조 등에 인력 쏠리며 상대적으로 소외=“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지만 피해 규모가 크고, 인력도 부족한 탓에 손을 놓을 수밖에요. 복구 계획을 세울 수조차 없으니 너무나 답답합니다.”

이달 13∼15일 내린 집중호우와 이에 따른 산사태로 경북지역 농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북 봉화에서 1만6528㎡(5000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는 임부용씨(82·봉성면 금봉리)는 폭우로 과원 1만3223㎡(4000평)가 토사에 휩쓸렸다. 평생 공들인 사과원이 순식간에 모래밭으로 변해버린 것.

임씨는 “기가 찰 노릇이다. 하늘이 하는 일인데 어쩔 텐가”라며 애통해했다. 그는 “복구 장비와 인력이 인명 구조와 수색, 간선도로 응급 복구 등에 투입돼 농경지 복구를 도와줄 만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남은 3305㎡(1000평) 사과밭에서라도 수확하려면 지금이라도 방제에 들어가야 하는데, 농로가 완전히 끊긴 데다 비도 그칠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괴로워했다.

봉화를 강타한 폭우는 농경지에 크나큰 생채기를 남겼다. 인삼·감자·고추·생강 같은 밭작물은 토사에 묻히거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박준기씨(63·상운면 가곡리)는 “고추·생강·감자밭을 합쳐 6611㎡(2000평)가 유실됐다”며 “사라진 밭 일부가 남았지만 계속 오는 비에 방제도 못해 올 농사는 완전히 망쳤다”며 허탈해했다.

박만우 봉화농협 조합장은 “극한호우로 피해농가는 생계 수단마저 모조리 잃어버렸다”며 “농로와 주요 간선도로가 많이 유실되면서 농작물과 농경지 복구가 요원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북지역은 13∼15일 쏟아진 극한호우로 농업계 전반에 2861㏊(19일 기준 잠정 집계) 규모로 피해가 났다. 비가 그치면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축사 26개동이 파손됐고, 가축 10만6558마리가 폐사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김연수씨(45·흥덕구 오송읍 서평리) 역시 10년간 공들여 일군 삶의 기반이 한순간에 송두리째 날아갔다. 400㎜가 넘는 집중호우에 미호강의 임시제방을 무너뜨린 세찬 물살이 여지없이 그의 시설하우스를 덮쳤기 때문이다. 20일 찾은 시설하우스 41개동 안의 애호박은 싯누런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애처롭게 달려 있었다.

김씨는 “시설하우스가 모두 침수돼 건질 수 있는 애호박이 하나도 없다”며 “되도록 빨리 애호박을 걷어내고 하우스도 보수해야 다음 작기라도 준비할 수 있을 텐데 피해가 너무 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주거시설 복구에 집중돼 있는데, 농민의 미래가 걸린 농경지 복구에도 정부와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충주의 사과농가 박병기씨(62·동량면 대전리)는 15일 과수원에 산사태가 발생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과수원 뒷산에서 쏟아져 나온 토사는 농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통로를 뒤덮고 300여그루의 나무를 흔적도 없이 땅에 묻어버렸다.

박씨는 “올봄 저온피해에 시달렸지만 어떻게든 추석 대목에 맞춰 사과를 출하하려고 밤낮 가리지 않고 정성을 쏟았는데 산사태까지 발생해 모든 걸 포기하는 심정이 됐다”며 “남겨진 나무에 병충해 방제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농장 통로가 모두 막혀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물빠짐 더뎌 현장 피해 조사, 복구작업 난망=기상청에 따르면 6월에 시작한 장마로 전국에 평균 510㎜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양의 비가 쉼 없이 내리면서 물 빠질 새가 없는 것도 농가 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권헌준 경북 영주 풍기인삼농협 조합장은 “6월말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삼밭 유실·매몰·침수 피해가 심각하고, 봉화와 풍기 일대 100㏊ 이상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며 “긴 장마 탓에 복구도 더뎌 농심은 바싹바싹 타들어간다”고 전했다.

전북의 일부 농경지에서도 좀처럼 배수가 되지 않아 복구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시설하우스 내 피해를 본 작물을 걷어내고 비닐을 제거하는 작업이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허송세월만 하고 있다. 특히 익산시 용동면·망성면 등 바다처럼 변한 비닐하우스 단지는 여전히 퇴수가 진행 중이라 현장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김득추 북익산농협 조합장은 “지자체나 손해평가사의 현장조사가 이뤄진 후에야 농가가 복구작업에 나설 수 있는데 워낙에 피해지역이 넓어 조사가 빨리 이뤄질지도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이번 주말 비 소식도 악재다. 각 지자체도 장마가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복구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전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언론 매체를 보고 농가 일손돕기를 하겠다는 문의는 많이 오고 있으나 비 예보가 있는 상황에서 농가별 인력배치 계획 등을 짜기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농정신문] 하차거래 의무화 이후, 예정된 진통 겪어내는 산지
  [농민신문] 올해 보리, 마늘, 양파 생산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