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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고용 제한이 불법체류자 양산
농어업고용특별법 내년 2월 발효
국무조정실, 고용허가제 개선 추진
농업인신문 백종수 기자 2023. 7. 7
필리핀 국적의 L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길을 택했다. 지난해 5월 농업노동자, 계절 근로자로 입국한 L은 같은 해 10월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일하던 농장에서 도망쳤다.
아픈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비행기 삯, 5개월 체류비와 생활비, 본국 ‘브로커(중개인)’ 에 떼이는 수수료를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말 그대로 쥐꼬리다. 필리핀에 돌아가도 일자리가 없다. 적어도 1년 이상은 한국에서 일해야 아이 병원비라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에 불법체류를 결정했다.
M 부부는 현재 양계장에서 일하고 있다. M은 2008년 E-9(비전문 취업) 비자를 받아 EPS(외국인 고용허가제) 정식 노동자로 한국에 왔다. 4년 10개월, 계약종료 후 돌아가야 했으나 그는 비자 없이 지내는 것을 택했다. M은 2013년부터 현 양계장에서 일했고, 농장주 부부는 그의 두 번째 부모가 됐다.
정말 부자지간처럼 지낸다. 아내도 함께 일하고 있다. M과 농장주는‘농어업고용인력지원특별법’이 발효되면 합법적인 이주노동자가 될 길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특히 농장주는 M 부부가 합법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는 태도다.
존스 갈랑(Jones Galang) 오산 이주민센터 노동상담소장은 몇몇 사례를 들며 외국인 농업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농장주들이 장기고용 노동자 또는 숙련 노동자들을‘계속 고용’하지 못하는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지역농업연구원(원장 조경호)이 지난 4일 전북농업인회관에서 연 ‘외국인 농업노동자 수용실태와 대응’ 세미나에서 존스 갈랑 소장은 농업노동자 이탈 이유로 △짧은 체류 후 돌아가면 한국에 다시 올 수 있는 보장이 없다는 점 △(불법체류자라도) 한국에 고용할 공장이나 농장이 있다는 점 △원래 직업이 ‘농부’ 가 아니라는 점 △그들에 맞는 일자리가 자국에는 딱히 없다는 점을 들었다.
갈랑 소장은“최소 1년짜리 비자가 있어야 하며, 그 사이 본인이 원하면 본국에 갔다가 한국에 재입국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을 익히고 농장주와 좋은 관계를 맺은 농업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장기고용이 가능하도록 비자를 발급해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했다.
윤양진 농어업회의소 전국회의 사무부총장은 “익산 하우스농가 일부는 새벽이면 충남 논산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데리러 가는데, 이유는 딸기, 상추 등 분야별로 숙련된 인력을 구할 수 있기 때문” 이라며 “왕복 한 시간이 더 결려도 작업 완성도와 속도에서 농가를 만족시킨다” 라고 했다.
윤 사무부총장은 이어“미등록 3년 이상 10년 된 이는 숙련도가 높고, 3개월에서 8개월짜리 계절 근로자는‘초보’인 탓에 현장에서는 미등록 노동자 대체가 불가능하다”라며 단속만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으니 ‘숙련 외국인 농업노동자’ 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도로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미경 아시아의 친구들 연구소장은 외국인 농업노동자의 ‘이탈률’ 이 60%에 육박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탈 예방 우수 지방자치단체와 농가에는 혜택을 주고 이탈률이 높은 국가의 인력송출을 제한하는 것을 제안했다.
차 소장은 내년 2월 15일에 발효하는 농어업고용특별법과 관련해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농어업고용인력 5개년 계획 수립 등 정책과 제도화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농업인력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소장은 고용주인 농업인이 외국인 농업노동자를 단순히‘일꾼’이나 노동력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태도로 대해야 한다며 ▲외국인 농업노동자 지원 민관협력시스템 ▲‘좋은 숙소’마련하기 캠페인 ▲상시고용 인력센터와 사회적 책임 ▲일과 일자리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 ▲통역·가교 역할의 후원자와 소통지도사 양성 ▲초국적 농촌공동체와 돌봄 문화 등을 주요의제로 제시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5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위원장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에서 비전문 취업(E-9) 외국인력의 사업장 변경 시 사용자가 내국인 구인노력 기간(현행 7∼14일) 없이 바로 외국인력을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장기근속 특례로 출국·재입국 절차 없이 계속 근무를 허용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이와 함께 사용자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경우 숙소비 기준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으며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외국인 공공기숙사를 설치하는 지자체 우대 지원, 우수기숙사 인증제를 통한 추가혜택 제공 등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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