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궁농산물도매시장은 지난 1993년 개장 이래 부산을 대표하는 농산물도매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지난 1999년 무, 배추 등 6개 품목이 상장예외거래로 시행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도매법인들의 수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무·배추 등을 중도매인들이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준 것이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장 거래금액 정산 논란과 거래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도매시장 안팎의 뜨거운 시선 속에서 무·배추류 상장예외거래 중도매인 42명이 참여하는 조합이 결성되고 곧장 정산 논란을 해소키 위한 정산조합이 설립했다. 거래 후 늦어도 1주일내로 거래금액이 정산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무·배추류 상장예외거래 중도매인 정산조합 하은성 조합장은 “지난해 상장예외품목인 무·배추 거래금액이 900억원을 넘어서 더이상 경쟁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적어도 엄궁농산물시장에서 상장예외품목 중도매인들은 농산물유통의 중심축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다” 고 말했다.
하 조합장은 “지금이야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지만 거래 초기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가 하면 비가림 시설조차 갖추지 못해 중도매인들이 사비로 판매장을 구축할 만큼 열악한 여건 속에서 첫발을 내딛었다”면서“현재도 판매장은 과거와 크게 변화된 게 없어 눈과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지만 거래물량과 금액은 매년 성장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고 말했다.
하 조합장은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장예외품목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정은커녕 품목 확대 논의조자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상장예외거래는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던 만큼 양파, 고구마 등 일부 품목이라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하 조합장은 10여년전부터 품목 확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개설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고. 하다못해 인근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의 상장예외 8개 품목으로 균형을 맞춰달라는 요구도 묵살되기 일쑤다.
하 조합장은 “그간 무·배추를 두고 도매법인들과 공정하게 거래를 해왔고 그 과정에서 상장예외 중도매인들이 성과를 내왔던 것” 이라며 “양파 등이 상장예외로 확대된다면 도매법인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게 되는 만큼 도매시장은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상장예외품목 확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하 조합장은 “그동안 줄기차게 활동해 왔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 처럼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면서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논리를 개발하고 통계로 설득할 수 있도록 행보를 지속해 나가겠다” 고 말했다.
한편, 하은성 조합장은 부모님의 권유로 지난 2000년 중도매인으로 도매시장과 연을 맺었다. 자신을 낮추고 조합 발전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은 행보 덕분에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고객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는 성실함을 갖춰 하 조합장이 경영하고 있는‘창녕상회’는 상장예외품목이라는 열악함에도 유명세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