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도 전에 태백 고랭지 배추밭이 폭우에 휩쓸리는 등 피해가 속출,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태백 매봉산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15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모종이 심어져 있던 배추밭 한가운데를 물길이 가로지르며 흙탕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파릇파릇한 배추 모종은 폭우에 휩쓸려 떠내려갔고 배추밭은 진흙과 자갈이 뒤범벅으로 엉켜 진흙뻘을 연상케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 중 한 곳인 해발 1,100m의 매봉산 ''바람의 언덕''이 장마 시작과 함께 집중호우의 직격탄을 맞았다. 푸릇한 어린 배추 모종들이 자리하고 있어야 할 배추밭은 상류에서 쏟아져 내린 자갈들이 대신 차지, 농민들의 마음을 돌덩이처럼 짓눌렀다.
태백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내린 폭우로 인해 매봉산 ‘바람의 언덕’ 일대 22㏊의 밭이 유실됐다. 매봉산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 110㏊의 20%가 넘는 면적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농민 김모(55)씨는 “며칠 새 태백에 양동이로 쏟아붓듯 비가 내리면서 모종을 정식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배추밭이 쓸려내려 갔지만 속수무책이었다”며 “본격적인 장마와 태풍이 시작되기도 전에 큰 손실을 보게 돼 너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태백농협은 7월에도 긴 장마가 이어질 경우 고랭지 배추 재배단지의 추가 피해는 물론 배추 무름병 등으로 인해 상품성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상호 태백농협 유통팀장은 “매년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해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배수로 정비와 함께 도로변에 우수방지벽을 설치해 빗물이 배추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곧 계약재배농가에 대한 실사와 함께 정확한 피해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