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녹두·대파 등을 수입 농산물 유통이력관리 품목으로 새롭게 지정하는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한 원산지 관리를 강화할 방침을 밝혀 국내 유통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21년 대규모 원산지 위반이 적발되며(본지 2022년 9월21일자 1·5면 보도) 국내 부정유통 가능성이 커진 녹두가 포함돼 생산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입 농산물 등 유통이력관리에 관한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 하고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간다고 6월27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유통이력관리 품목으로 녹두(건조)·당근·대파(냉동·건조)·고사리(냉동·건조) 등 4개 품목을 신규 지정하고, 양파(냉동) 등 1개 종류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수입 농산물 유통이력관리는 수입 농산물에 대해 수입·유통 업체 등 유통이력신고의무자가 거래단계별로 내역을 신고하는 제도로, 지난해부터 관세청에서 농식품부로 업무가 이관돼 운용 중이다.
개정안에 대해 농식품부는 “원산지표시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자 원산지 위반 적발 현황과 사회적 이슈 등을 고려해 부정유통 개연성이 높고 공정거래를 해칠 우려가 있는 4개 품목과 1개 종류를 대상품목으로 추가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추가된 품목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건 녹두다. 녹두는 2011년 발효된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20년 관세(607.5%)가 철폐된 품목이다. 이듬해인 2021년 페루산 녹두 수입량은 8561.2t으로 전년(134t) 대비 64배 폭증하며 원산지 둔갑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 관세청 조사 결과 상당수 물량에서 원산지 증명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1차 조사 대상인 9개 업체가 2021년 수입한 물량 2177t 가운데 2138t이 원산지 증명 요건을 불충족한다고 판단, 지난해 9월 협정관세 적용 배제를 통보했다. 이후 1차 조사 대상인 수입업체에서 이의신청을 받아 처분을 검토하는 동시에 70여개 수입업체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산 녹두는 지난해에도 5867.3t이 수입되는 등 인접국에서 페루로 반입된 녹두를 한국으로 수출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아 부정유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유통이력관리 품목 지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관세 철폐 후 페루산 녹두 수입량이 증가해 원산지 위반 개연성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부정유통을 사전에 예방해 생산농가 보호와 산업 육성 효과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당근·대파·고사리 등 또 다른 신규 지정품목도 원산지표시 위반 등 불법적인 유통 가능성이 높아 원산지 관리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당근은 최근 3년간 원산지 부정유통이 56건 적발됐고, 대파·고사리 등은 부정유통이 늘어날 경우 국내 산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어 유통이력관리 품목 지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생산자들은 유통이력관리 품목이 확대될 경우 원산지 둔갑 등 불법유통 근절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훈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사무국장은 “페루산 녹두 수입이 급증해 시장 유통량 또한 크게 늘어난 만큼 원산지 둔갑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유통이력관리 품목 지정으로 불법유통이 차단되면 국산 녹두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관련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부정유통을 막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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