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해수위 법안소위서 도마에
일부 의원들 39세 문제 삼아
전문가 “정책 취지 퇴색 우려”
정부 차원 기준변경 신중해야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3. 7. 2
청년농 나이 기준 논란이 국회로 번졌다. 40대도 젊은 축인 농촌 현실에 맞춰 이들에게도 청년농 혜택을 주자는 목소리가 나온 것. 하지만 농촌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았거나 도시 직장에서 조기 은퇴해 귀농·귀촌하는 40대까지 청년농에 포함할 경우, 자본과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의 농촌 유입과 연착륙을 돕는 청년농 정책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청년농 나이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농어촌특별세사업계정 세출 대상에 ‘청년의 복지 증진’을 추가하는 ‘농어촌구조개선 특별회계법 개정안’을 심사하던 도중 일부 의원들이 현재 법적으로 39세까지인 청년농 기준을 문제 삼으면서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가평)이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어떤 나이대에 분포했는지 실태를 파악해서 그들에게도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고, 다른 의원들도 “농촌에선 40대 이상도 청년 역할을 하는 만큼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청년농 나이 기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청년농에게는 영농정착지원금과 농지 우선 임대 등 정책 지원이 이뤄지는데, 정작 농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40대가 이런 혜택에서 배제된다는 불만이 농촌 현장에서 터져 나온다. 일선 지방자치단체도 “20∼30대 젊은층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청년농 기준을 확대해 예산을 40대에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상당수 지자체는 조례를 개정해 청년농 기준을 40세 이상으로 올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국회에서 다뤄지고 농림축산식품부도 청년농 나이 기준 변경을 검토하는 것으로 최근 알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30대 농업경영주 비율은 전체의 1% 남짓. 초고령화한 우리 농업의 세대교체를 촉진하고 열정과 창의력을 가진 젊은 인재를 농촌에 끌어들이겠다는 취지에서 시행 중인 청년농 정책이, 이미 농촌에 자리 잡았거나 그럴 여력이 있는 중년세대까지 겨냥한 정책으로 퇴색할 수 있어서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청년농 정책에서 배제된 40대를 지원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청년농 신규 유입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짊어진 농식품부가 기준을 바꾸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제1차(2023∼2027년)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 시행 첫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말 계획을 내놓으면서 현장 간담회 7회, 전문가 토론회 4회 등을 거쳐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전제가 된 청년농 기준이 ‘40세 미만’이었다. 실제 농식품부는 계획과 함께 “핵심 국정과제인 ‘농업 미래 산업화’를 위해 농업 혁신을 선도할 ‘40세 미만’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은영 한국4-H본부 사무부총장은 “청년농 기준 변경은 이런 계획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청년농 기준 나이가 높아지면 젊은층의 유입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청년농은 “누구라도 20∼30대에 도전하기보다 자본과 경험을 쌓고 안정적으로 40대에 농촌으로 들어오려 할 것”이라면서 “물론 40대 이상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지만, 이는 귀농·귀촌 정책 강화 등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청년농 기준에 대한 상반된 의견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의견 수렴 중으로 정해진 건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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