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배추값이 극심한 소비부진 등의 영향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출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위해 대기 중인 배추 모습
정부, 봄배추 1만t 수매 진행
반입 작년보다 20% 줄었는데 시세는 25% 낮은 6500원대
“소금값 뛰자 수요 급격히 위축” 장마 후 기상여건이 변수될듯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6. 29
배추의 시장 반입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음에도 가격 하락세가 심화하고 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수매 비축에 나서는 등 수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극심한 소비부진과 소금값 상승 등이 배추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배추값은 급격한 하락세를 띠고 있다. 2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10㎏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6544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8685원)보다 24.6% 낮고, 평년(6205원)보다는 5.4% 높은 값이다.
이달 상순까지 배추값은 8000∼9000원대를 오가며 지난해와 평년보다 강세를 띠었다. 하지만 중순부터 서서히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최근 약세로 전환됐다. 문제는 이같은 하락세가 정부의 대규모 수매 비축이 진행 중임에도 나타났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여름철 기상 악화에 따른 수급불안에 대비해 지난해보다 45.3% 많은 1만7000t 규모의 배추 수매 비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중 봄배추 1만t 비축은 이달초부터 시행했는데, 현재까지 7500t가량 수매가 진행됐다. 이번 정부 계획은 봄배추를 대상으로 한 수매 비축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는 규모로 수매 비축이 진행되면서 산지에서 시장으로 출하되는 배추 물량도 감소한 상태다. 1∼26일 가락시장 배추 반입량은 1만4052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741t) 대비 20.7% 줄었다. 전문가들은 통상 출하량이 줄면 배추값이 올라야 하지만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 비축물량과 더불어 김치공장에서도 여름철을 대비해 대규모 비축에 나서 물동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하지만 경기부진으로 외식업체 등의 김장 수요가 급감하는 등 소비 위축이 심각해 간신히 시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금값이 급격히 상승한 현상도 소비부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7일 기준 소금값은 5㎏당 평균 1만4455원으로, 평년(7990원)보다 80% 높았다. 이는 한달 전 가격(1만2504원)보다 15.6% 높은 값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예고되면서 국내 가수요가 늘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무총장은 “소금값이 평년보다 두배가량 높기 때문에 매일 김치를 담그는 일반 식당들의 부담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식당들이 김치 제공량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소비 위축이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배추값은 장마 이후 기상 여건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노지봄배추 생산량은 27만1000t으로 지난해와 평년보다 각각 14%·10.2%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재배면적이 늘면서 생산량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장마 기간 국지성 호우로 산지가 피해를 볼 경우 전망치가 변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현석 대아청과 영업1팀장은 “국지성 호우로 배추밭이 물에 잠기고, 이후 강한 햇볕이 내리쬘 경우 무름병과 꿀통이 생기는 등 배추 작황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출하가 예정된 강원 준고랭지의 피해가 심하면 7월 배추값은 이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