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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수박 팰릿출하 잇단 잡음...“산지와 교감 충분했나”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6-27 조회 1703
첨부파일 20230627500100.jpg
* 서울 강서시장과 경기 구리시장 등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수박 팰릿 출하와 관련한 잡음이 잇따라 출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강서시장에 산물 형태로 출하된 수박.



        8월 도입 앞둔 강서시장

        “강행 땐 출하자 이탈할 우려 커”
        서울시공사, 시기 재검토 방침

        3년차 맞은 구리시장
        강원 양구지역 출하 급증 예상

        비선별 반입 허용 요청에 ‘난감’

        “정책효과 명확하게 검증한 뒤
         산지 설득 나서야 갈등 없을것”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6. 27


 서울·경기 등 국내 최대 소비처인 수도권 도매시장에서 수박 팰릿 출하와 관련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팰릿 출하 시행을 앞둔 강서시장에선 출하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데다 이미 시행 중인 구리시장에서도 일부 출하자들이 철회를 요청하고 있어 산지 설득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강서시장 출하자 “여건상 팰릿 출하 불가능”…공사 “도입 시기 재검토”=강서시장 청과도매시장법인협의체는 최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에 ‘2023년 수박 팰릿 출하 추진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공사는 지난해부터 출하자·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하역회사 등이 참여한 ‘수박 팰릿 단위 거래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 올여름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본지 4월28일자 6면 보도). 공사는 강서시장의 열악한 하역 환경으로 수박의 산물 형태 출하가 어려운 점을 팰릿 출하 도입의 주된 근거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는 의견서에서 “수박 팰릿 출하의 단계적 진행 방침에도 출하자 이탈과 물량 감소 등 여러 우려 사항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려운 영업 상황을 고려해 물량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의견서에는 강서시장에 출하를 희망하는 주요 출하자 단체 5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 허용)가 실렸는데, 상당수 출하자들이 수박 팰릿 출하에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박 팰릿 출하를 위한 선별 여건이 갖춰졌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여건으로 팰릿 출하가 불가능하다(95%)”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즉시 시행할 수 있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또 ‘강서시장이 수박 팰릿 출하를 강행할 경우 출하처 선택을 변경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에 출하자 88%는 “비팰릿 출하가 가능한 다른 도매시장에 출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박 팰릿 출하가 농가수취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관련 비용 증가로 영향이 미미하다(64%)”는 의견이 과반이었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42%)”는 의견도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협의체는 “출하자 의견을 검토한 결과 강서시장에서 수박 팰릿 출하를 강제하는 것보다 산지 여건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팰릿 출하를 유도하는 방향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출하자 반대 의견이 공식화하면서 서울시공사는 8월로 예정한 팰릿 출하 도입 시기를 재검토할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공사 강서지사 관계자는 “시장 내·외부에서 도입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리시장서도 출하자들 난색…전문가 “정교한 효과 분석 통해 산지 설득해야”=한편 강서시장에 앞서 수박 팰릿 출하를 전면 도입한 구리시장에선 일부 출하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존의 산물 형태 출하를 허용해달라고 구리시 등에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도매시장에 연이어 도입된 팰릿 출하 정책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구리농수산물공사 등에 따르면 7월 중순 수박 출하를 앞둔 강원 양구지역 수박 생산자들과 군 관계자는 최근 구리시에 상품성이 좋은 수박을 선별하지 않은 채 구리시장에 출하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리시공사는 선별된 수박을 팰릿 출하하도록 2021년 의무화했다. 하지만 양구지역 출하자들의 여건상 선별 비용 증가를 부담하기 어려워 기존과 같이 비선별 수박을 팰릿 없이 산물 형태로 출하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양구군 유통축산과 관계자는 “출하자 증가 등으로 올해 양구지역의 수박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기존 시설만으로 선별 출하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구리시장에 비선별 출하 허용을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구리시는 구리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해당 내용이 실행되도록 지시를 내렸고, 구리시공사는 미선별 수박 반입 허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구리시공사 관계자는 “미선별된 수박이 출하되면 시장 내에서 경매 시작 전 재작업을 해야 하는데, 현재 작업을 할 수 있는 하역 인력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산지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2·3위 규모의 도매시장에서 팰릿 출하와 관련해 잇따른 잡음이 벌어진 것에 대해 애초 산지 설득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장 개설자들이 정책 도입에 앞서 명확한 효과 분석과 지속적인 산지 설득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당부했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개설자가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산지에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 요구하는 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책 도입으로 출하자들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뒤 이를 근거로 산지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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