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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연, 농가 경영안정화 방안 제안…어떤 내용 담겼나
지난해 농업소득 948만원 불과 1년새 27% ↓… 소득저하 고착
시장격리·직불제 등 실효성 한계
소득신고땐 수입보장보험 제공 기간 따라 지원수준 차등 적용
현 조세체계 매출 파악 어려워 세제 개편·신고 의무화 검토를
농민신문 성지은 기자 2023. 6. 19
농업소득이 30년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정부는 농업분야 국정과제로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 강화’를 제시했지만, 농업소득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농가의 경영 불안정은 커지고 우리 농업은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농업계에서는 농가소득 안정과 경영안전망 확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소득 기반 경영안정제도 도입 방안’ 보고서에서 소득 중심의 농가 경영안정화 방안을 제안했다.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이후 농가소득 안정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시점에 나온 보고서여서 관심이 모인다.
◆논의 배경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의 농업소득은 전년 대비 26.8% 떨어진 948만5000원으로, 약 30년 전인 1994년 1032만5000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농업소득은 이전보다 크게 후퇴한 셈이다.
이런 소득 저하는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농축산물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정체되거나 하락한 반면 농업 생산에 투입되는 각종 자재비 등 경영비는 증가해 농가가 실제 손에 쥐는 소득이 줄고 있다. 농업총수입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농업소득률은 2000년 55.8%에서 2022년 27.4%로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농업소득을 보전하고자 쌀 등 과잉공급된 품목을 매입·비축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정책을 펼치지만 효과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또 농작물재해보험,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 농업수입(收入)보장보험 등 다양한 제도를 병행하지만 농가 경영안정화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수확량을 기준으로 피해를 보전해 가격 하락과 생산비 상승에 따른 경영 손실에 대응하기 어렵고, FTA 피해보전직불제는 발동 요건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피해 보상에 한계가 있어서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마늘·고구마 등 소수 품목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안정화 방안은=농경연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보완해 수입 또는 소득을 직접 보전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소득자료 확보 여건, 경영규모 등을 고려해 복수의 제도를 조합·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가에 경영안정 장치를 두텁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보고서를 통해 농경연은 소득신고를 한 농민에게 농업수입보장보험을 제공하고 농업 수입이 하락할 때 보상금이 지급되게 할 것을 제안했다. 또 전체 농민을 대상으로 소득안정계정 또는 소득안정직불제를 폭넓게 운영해 소득 하락에 따른 경영안전망을 갖추자고 했다.
농업수입보장보험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거나 수확량이 감소해 농업 수입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보험상품이다. 현재 35개 시·군에서 7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운영하는데, 소득신고를 한 농민을 대상으로 운영을 확대하고 소득신고 기간에 따라 보장 수준을 차등 적용하자는 게 농경연의 주장이다.
소득안정계정은 농가가 일정 자금을 저축하면 그에 상응하는 이자 또는 예금액을 정부가 추가 지원하고, 농가가 소득 하락 등으로 자금이 필요할 때 이를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캐나다는 이같은 제도를 운영해 농가소득을 지지한다. 소득안정직불제는 작물 판매에 따른 수입이 줄어들었을 때 일정 손실분에 상응하는 직불금을 지급해 수입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남겨진 숙제는=새 제도를 운영하면서 보다 촘촘하게 경영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농가별 소득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행 조세체계에선 농민의 수입과 매출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0년 농업소득세가 폐지되면서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농업소득이 얼마든 상관없이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 외 작물도 수입금액이 10억원 이하면 비과세 대상이다. 소득세 납세의무가 없다보니 소득신고의 필요성도 사라졌다. 게다가 농민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은 부가가치세가 면제돼 매출액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농경연은 농가소득 파악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적용 가능한 대상자부터 먼저 정책을 시행하고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차츰 개선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농경연은 “초기 자발적인 소득신고자를 대상으로 경영안정 정책을 운영하되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소득신고 확대 방안을 마련해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정책의 성과에 따라 소득신고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신뢰성 있는 농업소득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세제 개편을 통한 소득신고 의무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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