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당국이 청년농 연령 기준 상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40대 이상이 청년 역할을 하는 농촌 현실을 반영해 이들에게 청년농 혜택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청년농은 39세까지다. 다만 청년농 예산 확충이 병행되지 않고 청년농 범위만 늘어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정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민단체를 대상으로 농정현안을 설명하는 ‘농정협의회’를 개최했는데, 안건 가운데 하나로 ‘청년농업인 연령 범위 변경’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청년농 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농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은 ‘청년기본법’에 따라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정책 목적에 따라 법령·조례별로 청년 기준을 다르게 설정하기도 한다. 농업분야에선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39세까지를 청년농으로 인정한다. 이들 청년농은 영농정착 지원사업,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사업 등 정부 사업의 대상자가 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40∼50대도 청년으로 통하는’ 농촌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경영주 평균 연령은 68세로, 다른 산업보다 핵심 인력이 현격히 고령화했다. 제조업은 근로자 평균 연령이 2020년 기준 42.5세다. 이런 격차에 맞춰 농촌 청년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엄진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은 노동생산성이 40∼50대에 가장 높다”면서 “생산성이 높은 집단에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조례를 개정해 청년농 기준을 올리는 추세다. 전북도과 경남도는 청년농 기준을 ‘45세 미만’으로 높였고,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강원 평창군, 충북 옥천군 등 ‘50세 미만’인 곳도 있다. 문제는 지역에서 새로 탄생하는 40대 이상 청년농이 중앙정부 청년농 사업 대상에선 빠진다는 점이다. 최근 전북도의회에서 ‘청년농어업인 연령 기준 확대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권요안 도의원은 “40대 농민이 농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데도 정작 정부의 청년농 대상에선 배제된다”면서 “청년농 기준을 45세 미만으로 올리자”고 주장했다 .
다만 청년농 정책의 취지를 고려해 기준 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농 정책은 농촌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적어도 30년 동안 농촌을 지탱할 젊은이들을 육성하자는 목적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기준을 늘리면 조기 은퇴한 도시민을 포함해 초중년을 위한 정책으로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더욱이 대대적인 예산 확충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정책적 보살핌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 청년농 정책 전문가는 “청년농 정책은 자본과 경험이 부족해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는데, 자칫 혜택이 자본이 있는 준비된 중년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청년농 집단의 동질성이 떨어져 정책 수요가 제각각이 될 수 있고, 윤석열정부가 공약한 ‘청년농 3만명 육성’의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