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민정책연 ‘녀름’ 보고서
지속적으로 물량 늘려온 탓에
국산 경쟁력 ↓…생산기반 붕괴
“자급률 제고정책으로 선회를”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6. 12
정부가 올들어 물가 안정을 이유로 대파·생강 등의 저율관세할당(TRQ·시장접근물량) 수입을 도입한 가운데 이같은 수입 의존 정책이 국내 농업 생산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최근 펴낸 ‘TRQ 증량, 농산물 수입 의존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수민 부소장은 보고서에서 “현재 TRQ 수입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정해놓은 물량까지는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거나 5∼50%의 저율관세를 부과하지만 해당 할당량이 초과되면 훨씬 높은 세율이 적용돼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비관세조치이며 자국 보호장치라 말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규칙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은 농림축산식품부 요청에 따라 TRQ 수입 대상품목과 물량을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감자의 기존 TRQ 물량은 1만8810t으로, 이에 대해선 관세율 30%를 적용하고 초과 물량에는 304%를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초과 물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TRQ 물량을 증량해 고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실제 양파의 TRQ 기본 물량은 2만645t이지만 정부는 2016년 TRQ 물량을 5만t 증량했고, 2017∼2018년에는 증량을 포함해 7만645t을 운용했다. 올해에도 기본 물량에 2만t을 증량해 4만645t을 계획하고 있어 이같은 TRQ 수입 의존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파의 저율관세는 50%, 고율관세는 135%가 적용된다.
보고서는 무분별한 수입 의존 정책으로 국내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라 농식품부 장관이 증량을 요청할 때는 증량의 실증적 근거와 생산농가에 미치는 영향 등 7가지 자료를 기재부 장관에 제출해야 한다”며 “하지만 농민에 미치는 장·단기적 영향을 제대로 분석해 제출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가격에 반영되고, 농산물을 무분별하게 대량으로 들여오지 못할 것”이라며 “국산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외국산 농산물의 저율관세를 통한 대량 수입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국내 생산기반도 붕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용대두의 TRQ 수입 물량은 2022년 29만1000t(4만3000t 증량)을 기록해 같은 해 국내 생산량 13만t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보고서는 “국산 콩과 수입 콩 가격이 5배 차이 나는 것을 이유로 대규모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수입에 의존할수록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자급률이 낮다고 해서 계속 수입에 의존하면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국내 농업을 보호하고 진정한 물가 안정을 이루기 위해선 국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부소장은 “서민 생활물가 안정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국산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먹거리 지원정책 확대 등을 통해 농민과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라며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할 때 식량주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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