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과정 중심 친환경농어업법 개정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친환경농어업법 개정 국회 토론회
농가참여 가로막는 현행 기준
항공방제 등 비의도적 오염많아
행정소송과정서 금전적 손해도
처벌보다 장려에 방점 찍어야
현장서 농업환경평가 진행하고
토양·작물 등 매뉴얼 다양화를
정부 “올해 안에 시행규칙 개정”
농민신문 성지은 기자 2023. 6. 12
잔류농약 검사 위주의 친환경 인증제도가 친환경농업 확산을 가로막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의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어업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나주·화순)과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등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과정 중심 친환경농어업법 개정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행 친환경 인증제도의 부당함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짓는 김영란씨는 “18년 동안 자긍심을 갖고 유기농으로 귤농사를 지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잔류농약이 검출돼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취소당했다”며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결백을 밝히기 위해 행정심판 청구까지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기관이 재심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판결을 받아 행정심판에서 승소했지만, 송사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고 심신은 만신창이가 됐다”면서 “잔류농약 검출 여부로만 인증을 취소하는 제도를 바로잡고 이를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 인증 취소 건수는 최근 3년간 지속 증가했다. 2020년 1473건, 2021년 2067건, 2022년 2299건이다. 지난해 인증 취소된 건수 가운데 농약사용기준 위반은 86.03%(1978건)에 달한다. 항공방제 과정에서 약제가 바람에 날리는 등 비의도적 오염으로 인증이 취소된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농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처럼 부당하게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박탈당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구제 절차를 보완했다. 농가가 비의도적 농약 오염을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인증기관이 반드시 재심사하도록 친환경농어업법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과거 인증기관이 재량으로 재심사 여부를 결정할 때보다 사전구제 절차를 보완했다고 하지만, 이는 당연히 해야 하는 절차를 정비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친환경농어업법에서 인증 취소를 규정한 조항(제24조)을 개정해 ‘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검출된 경우’는 인증 취소에서 배제할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친환경농어업법은 친환경농산물 인증 기준에 관한 기본 틀이나 원칙을 정하지 않고 하위 법령인 시행규칙에 포괄적이고 과도하게 위임한다”면서 “인증·취소 기준은 친환경농가엔 중대한 사항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이와 관련된 기본 틀이나 원칙은 법률에서 규정해야 하는 게 맞고, (법 개정은) 21대 국회 임기 마무리 전에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친환경농업 확산을 위해 처벌보다 장려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케이트 퍼비스 국제유기심사원협회(IOIA) 이사는 “일상적인 환경오염으로 인해 잔류물질이 아예 검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잔류농약 검사에 초점을 맞추고 (인증 취소 같은) 처벌에 방점을 두면 친환경농업 확산이 어렵다. (친환경농업 확산을) 장려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농업환경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인증에 반영하도록 제도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임석호 에코리더스인증원 대표는 “농약을 치지 않은 땅에서 농작물은 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더 많은 뿌리를 내린다”면서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아이폼)은 심사 매뉴얼을 통해 토양·작물 등 다양한 농업환경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환경평가는 2022년부터 인증심사원 교육 항목에 편입됐으나 법적인 제도로 자리 잡지 못해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며 “위험평가방식 가운데 하나인 농업환경평가를 제도화하고 경직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친환경농업 확산에 힘쓰겠단 입장이다. 이정석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듣고 (시행규칙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에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친환경농업이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