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농업협상 가이드라인 ‘RCEP 수준’ , 수입국 검역 보호장치 완전 털기
공급망 지침없이 협상 타결 ...농업부문도 협력 메카니즘 압력 미칠 듯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3. 6. 9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필라2(2분야) 공급망협정이 최근 타결된 가운데, 협상완료 초읽기에 들어간 농업부문이 속한 필라1(무역)의 협상진행 과정과 내용 등이 초미의 관심이다.
IPEF 3차협상까지 마친 시점에서 우리 정부의 농업부문 협상에 임하는 입장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수준의 협정’ ‘국내법에 합치되는 수준’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IPEF 협정에 임하고 있다는 뜻이고, 아직 구체적 협상 진전은 없다는 전언이다.
RCEP 수준의 농업협정은 농축산물 수입국의 위생검역조치(SPS)가 무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즉 수출국 입장에서의 ‘비관세무역장벽’ 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때문에 농축산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미국 주도의 IPEF 농업협상에서, 수입관련 통관 문턱을 낮추는 쪽으로 이미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IPEF협상은 한미FTA 추가 협상에 준하는, 울타리를 얼마나 더 허물 것인지 답을 내는 자리인 셈이다.
“IPEF는 ‘개문발차’ ‘백지위임’ ”
지난달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 필라2 공급망 협정을 타결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 IPEF 공급망 협정의 실질적 효과를 가시화하기 위해 속도감있게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필라2 공급망협정문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협정 타결이후 협정문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정부 관계자는 “각국의 국내절차 및 법률검토 등을 거쳐 추후 14개 회원국 합의시점에 공개될 예정” 이라며 “공급망 타결은 전 산업분야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분야별 세부내용이 필요하고, 중요한 점은 ‘협력 메카니즘’ 이 운영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협정문이 공개되는 대로, 통상조약법을 비롯한 법률적 검토, 행정적·사법적 비준여부, 공청회 등 국내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통상전문가들은 “협상 타결 이후에도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아직 작성되지 않고 선언을 먼저 한 것으로 ‘개문발차’ 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안한 글로벌 정세에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다각화해야 한다는 총론에 동의하면서, 앞으로 만들어지는 세부지침에도 의견을 같이 하겠다는 ‘적극 동조’의 뜻을 내포하는 협정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도국인 미국에게‘백지 위임’ 했다는 지적이 많다.
“관세 완전철폐 이후 추가 개방 룰”
IPEF 3차협상 정부 농업부문 협상 대표단에 합류했던 농식품부 농업통상과 관계자는 “1, 2차 협상때와는 달리, 회원국들은 조금씩 각자의 입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면서 “가령, 논의 대상인 ‘지속가능한 농업’ 항목에서 나라별 조건에 맞춰 포함시키고자 하는 세부내용을 다양하게 전개했다. 이를 협정문에 담는 과정이 병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RCEP 수준, 국내법에 합치되는 수준, 보수적 협상이 돼야 한다는 등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 고 언급했다.
이를 농업부문에 한정해 요약하면, ‘RCEP 수준’의 협상은 우선 수입허가절차가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이어야 한다. 여기에 준하는 협정이라는 것.
‘투명성’과‘예측 가능’조건은, 모든 수입 절차에 대해 농산물 수출국이 이해가 가능하토록, 문제 발생시 과정을 설명하거나 검역을 과학적·상식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존 까다롭고 기간이 한정없던 통관절차 사례를 겨냥한 것이다.
RCEP 수준의 협정에는 또 농축산물·가공식품 원산지에 대해 새로운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수출국 당사자 원산지를 인정하는 경우가 해당지역 생산 상품이외에도 회원국들의 재료로 수출국에서 만든 제품 등도 누적기준으로 포괄한다. 원산지 추적이 녹록지 않을뿐더러, 원산지 개념 또한 모호하게 누그러뜨리는 항목이다.
최대 관심사항인 SPS협정 또한 RCEP 수준으로 고수한다는 입장이나,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의 압박이 가장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생 및 식물위생 관련 모든 수입 검사 조치에 대해, 농축산물 수출국이 ‘객관적’ 이거나 ‘동등한’ 효과가 있다고 수입국에 입증할 경우, 수입국은 이를 인정하라는 주문이다. 인정하게 되면 농산물 수출하는 나라에서 해당 농산물에 대해 검사자료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수입국은 이를 인정하자는게 협정의 골자다. 수입국이 자료를 인정하지 못하게 되면 수출국에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RCEP 협정에 적시한 ‘지역화’ 도 문제다. 농축산물을 수출하는 나라가 병해충·가축전염병 등이 발생할 경우, 지역의 안전성을 증명할 수만 있으면 수출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국가단위로 수입 제한하던 것을, 여건을 감안한 지역화로 좁혀지고, 다시 농장별로 나눠서 수출여부를 판별하자는 구획화로, 수출국 중심의 주장이 거세지는 추세다.
이에 대해서도 수입국은 ‘과학적’ 근거로 대적해야 하는데, 현장의 역학조사에 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수입국 입장에서는 방어가 어려운 일이다. 인근 농장에 광우병이 발병했어도, 연관된 근거가 없다는 것만 증명할 수 있으면 그 지역 생산 쇠고기가 수출길에 오를 수 있단 얘기다.
이같은 ‘누적원산지’ ‘동등성’ ‘지역·구획화’ 등은 2026년 관세 완전철폐를 앞둔 한미FTA의 생명력이 한계에 이른 것에 대한 ‘업그레이드’ 차원이란게 농업 통상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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