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요구안 검토 시작, ‘보수적’ ‘건전재정’ ‘보조사업 정리’ 기조
‘농산물 가격지지 예산’ 요구에 ‘수출드라이브 예산’ 으로 엇박자 여전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3. 6. 9
내년도 정부 예산의 ‘초안’ 인 부처별 예산요구서가 기획재정부에 모아졌다. 농식품부 또한 5월31일부로 농업예산요구안을 내고, 재정당국과 빼고 더하는 실무 협상에 본격 돌입했다.
그러나 국가채무가 지난해 말부로 1천70조원에 달하고, 여기에 올 1분기 국세수입이 전년대비 25조원 줄었다. 4월까지 계산하면 34조원으로 적자운영에 속도가 붙었다. 농업예산의 ‘보수적 편성’ 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재정당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농업·농촌 현장에 서 있는 농민은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생존권이 위협받는 현 상황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지원정책에 목매고 있다. 누적된 예산부족으로 지난해 농업소득이 30년전보다 줄어든 948만원이라는 통계청 집계가 나왔고, 올해 예산편성에서 농업생산비 폭등과 관련된 ‘절실예산’ 이 배제된 상태에서 ‘적자 농사’ 에 연명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농업계의 내년도 예산증액 요구는 절규에 가깝다.
농식품부, 국회 보좌진 등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 예산안 편성의 가장 큰 영향력은 ‘재정총량’ 이란 지적이다. 총수입과 총지출 예산을 집행관리하는 재정총량에 구멍이 뚫렸다.
4월이 넘어가는 시점에 이미 세수입이 34조원 줄었고,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4조원 적자에 달한다. 올 한해동안 예상되던 적자 전망치 58조2천억원에 이미 육박할 정도로 재정총량 집행관리가 최악이다.
이쯤되면 농업관련 예산 편성은 현장 여론을 수렴하기보다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중심의 기본계획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우선 성과발표가 쉬운 농식품 수출분야에 지원사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올초 대통령 업무계획 보고 때 밝혔듯이 수출지원정책 이외에, 성장산업 지원 내용의 스마트농사업, 동물복지사업, 미래신산업육성사업, 직불금확대 방안 등이 전략사업으로 지속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농산물값 억제정책과 맞물리는 ‘농사값’ , 즉 농업생산비를 안정적으로 메워 줄만 한 실질예산에 대한 의지와 여력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농민단체 연대조직인 한종협과 농축연합회 등이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와 수차례 가진 간담회에서 농사용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해 줄 것과, 면세유 공급기간을 지속해 줄 것,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정부 출연금을 확대해 줄 것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 시급한 사안이란 주장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의길은 농민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해 최소값을 보장해달라는 농민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완충제’역할의 예산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생산자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정부의 올해 농업예산 방향은 엇박자에 가깝다. 내년 예산안 준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게 농업계 불만이고 우려다.
정부가 농촌 현장의 예산 증액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약 1조원 정도의 예산 순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농업용 전기세 부담 경감을 위해 전기 원가 상승분을 차액보전할 수 있는 1천억이상의 편성이 필요하다는게 농민단체 설명이다.
또한 자산 1조1천억원 농신보로 보증 서주는 규모가 18조원이 넘는 것도 예산으로 해결할 문제로 꼽힌다. 적용운용배수가 법적 한도에 달하고 있고, 그만큼 농신보 보증 자격이 까다롭기 때문에 농민들에게는 오래전부터 ‘그림의떡’ 이다.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농촌현장에서는 청년농들의 신규사업 진출이 어렵다. 이를 위해 당장의 응급수혈로 1천500억원 정도의 정부 출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예산지원이 사라졌던 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과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사업 등 농식품바우처사업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올해 예산 삭감액 157억8천만원에 30%를 얹어 200억원 이상 편성해야 한다는 요구다.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지원사업 또한 올해 상반기분만 반영했던 것을 1년치로 늘리고, 원자재값 상승분까지 합쳐 2천500억까지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가 2027년까지 농업직불금을 5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성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약속했듯이 내년 예산에 2천억원을 추가해 3조원을 조성하는데, 단 ‘순증’ 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조삼모사식’ 기존 농업예산에서 쪼개는 방식은 안된다는게 농업계 요구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대통령이 G7정상회의에서 발표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매년 5만톤에서 10만톤으로 지원을 늘리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한 예산도, 기존 농업국제협력지원사업 예산이나 양특회계를 건드리지 않고, 순증을 통한 지원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가상승분과 금리인상분을 감안한 각종 사업비증액과 이차보전지원액 조정, 전략작물직불제 이외에 20만원 쌀값 지지를 위한 사업지원금 확보, 농촌사회서비스 등도 놓칠 수 없는 예산편성 항목으로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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