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식 경기 포천 소흘농협 시설채소작목회장이 인근 하천변에 방치된 차광막, 폴리염화비닐(PVC) 밸브, 보온덮개, 수막 스프링클러 개폐 밸브, 고압호스 등을 가리키고 있다.
시설하우스서 차광막 등 배출 마땅한 처리방법 없어 ‘골머리’
불법매립, 소각 방치사례 많아 “정부·지자체가 나서 해결해야”
농민신문 포천·고양=오영채 기자 2023. 6. 9
“저기 보이죠? 벌써 몇년째 저렇게 방치하고 있어요. 저런 곳이 곳곳에 있어요. 재활용되지 않는 폐농자재가 매년 쏟아지는데 처리할 방법이 없어 답답할 뿐입니다.”
2일 찾은 경기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의 한 시설하우스 단지. 이곳에서 만난 박광식 소흘농협 시설채소작목회장(57)은 폐농자재가 잔뜩 쌓여 있는 곳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설하우스 76동에서 열무·얼갈이·시금치 등을 재배하는 박 회장은 매년 시설하우스에서 폐기 처분되는 차광막, 폴리염화비닐(PVC) 밸브, 보온덮개, 수막 스프링클러 개폐 밸브, 고압호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폐농자재는 재활용할 수가 없어 폐기물업체에서도 수거해 가지 않는다. 문제는 이들 농자재가 4년 정도 사용하면 수명을 다해 폐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 농장에서만 매년 폐농자재 수십개가 쏟아진다.
그러나 처리 방법이 마땅찮다. 이들 폐농자재는 건축폐기물로 분류돼 처리 비용만 1t 트럭 한대당 150만∼200만원이나 든다. 순전히 농가가 부담하는 금액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장려금은 폐비닐, 농약 빈 병 등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다수 시설농가가 이들 폐농자재를 불법으로 매립하거나 소각 또는 방치하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박 회장은 “오래전 PVC 밸브 등을 태운 적이 있는데 발암물질 같은 연기가 나와 중간에 불을 껐다”며 “그 이후로 지금까지 농장 한쪽에 쌓아놓는다”고 말했다.
재활용되지 않는 폐농자재가 몇년째 농촌에 방치되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4월21일 포천 소흘농협(조합장 김재원) 경제사업장에서 열린 ‘포천시·소흘농협 농정 간담회’에서 시설농가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시설농가들은 “마을별로 재활용되는 폐농자재를 모아놓는 곳이 있는데, 재활용되지 않는 폐농자재도 별도로 모아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고양 신도농협(조합장 홍성규)에서 열린 ‘경기도의회 국민의힘과 농협 조합장간 정담회’에서도 이 문제는 쟁점이다. 농협 조합장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방치 속에 재활용되지 않는 폐농자재가 농촌 환경을 훼손하고 시설농가의 큰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다”며 “정부나 지자체는 성의 있는 태도로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장했다.
시설농가의 고통이 깊어지자 농협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예산문제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홍성규 조합장은 “자체 사업으로 매년 7000만원을 들여 재활용되지 않는 폐농자재를 수거하고 있다”며 “하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물량 처리에 한계가 있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소흘농협은 지자체와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소흘농협은 최근 포천시에 재활용되지 않는 폐농자재 처리 문제를 같이 의논하자고 건의했다. 김재원 조합장은 “농협 혼자서 이 문제를 처리하기엔 예산 확보 등에 있어 너무 벅차다”며 “시와 함께 예산 확보부터 수거 공간 마련, 처리 방법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권역별로 장소를 지정해 재활용되지 않는 폐농자재를 수거해 처리하는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문무 경기도 친환경농업과장은 “도 예산에 폐농자재 수거에 들어갈 예산이 있다”며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농가에 홍보하고 썩는 플라스틱 등 개발과 보급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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