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 수박을 유통하는 모습.
[유통칼럼] 강서시장 수박 파렛트 출하 앞두고 현장 혼란 어쩌나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2023. 6. 8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당초 내년 4월로 계획돼 있는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의 수박 파렛트 출하를 올해 8월로 앞당기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9일 한 회의석상에서 수박 출하 성수기인 7~8월에 맞춰 수박 파렛트 출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파렛트 출하는 국내 농산물 유통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역 작업 속도 등 빠른 물류를 가능케 해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배송 시간을 줄여주고 분산의 효율화를 위해서도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파렛트 출하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뒤따르기 마련인데 특히 국내 열악한 산지 여건을 감안하면 연착륙을 위해 출하자와 유통인들을 설득하는 장시간의 노력이 소요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산지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하게 강행할 경우에는 혼란이 뒤따른다. 특히 유통인과 출하자는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중 영세 농민의 경우 산지에서 파렛트 작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지역 산지유통센터(APC)를 이용한다 해도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한다.
유통인들도 마찬가지다. 규모화되지 않은 산지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도매시장 외의 공간을 활용하거나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는 매출 감소를 경험해야 하며, 물량이 줄어 바잉파워가 약화되는 경쟁력 하락도 감내해야 한다.
강서시장의 경우 가락시장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 규모를 자랑하지만 가락시장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영세 출하자들이 강서시장을 이용하는 특성을 감안할 때 그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장 유통인들의 우려다.
수박 파렛트 작업 시 활용하는 물류기기인 목재상자의 수급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성수기에는 대형 출하자들이 이를 선점하면서 목재상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영세 출하자들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볼멘소리다.
특히 파렛트 거래를 시작한 가락시장과 구리시장의 수박 반입량은 줄고 있지만 강서시장의 경우 수박 거래가 다소 늘고 있다는 데이터를 미뤄 짐작하면 출하자들에게 강서시장을 활용하는 이점이 있다는 뜻이며, 이는 산지의 파렛트화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방증이다.
수박 품목 특성상 소비가 줄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강서시장의 반입량이 늘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데이터이기도 하다.
또한 수박 농민들은 수박 파종 시기부터 출하를 염두에 두면서 한 해 영농 계획을 세운다. 당장 파렛트화를 강제한다면 농민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국가가 국민 세금을 활용해 도매시장을 만든 이유는 원활한 농산물 유통을 위해서이며 출하자를 보호하고자 함이다. 더욱이 도매시장은 수많은 유통 주체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특성을 갖는다. 개설자는 원활한 도매유통을 위해 적절한 규제를 가하는 관리자이기도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잡음 없이 시장이 작동하게끔 만드는 중재자이기도 하다.
도매시장 만들어진 취지를 망각하고 오로지 물류 선진화를 위해 출하자·유통인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현장의 혼란을 외면하는 외면자이자 오히려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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