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매인의 매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에서 경매를 진행하면 가격이 오히려 왜곡되는 부작용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남 창녕에서 산지공판장을 운영하는 5개 농협(창녕·이방·우포·영산·남지) 관계자들은 올해 풋마늘 경매를 하지 않기로 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또 경매에서 구매자로 나설 중도매인 대부분이 지난해 낙찰받은 마늘 상당량을 아직 재고로 쌓아둔 데다 대부분 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까지 입어, 올해는 갓 수확한 풋마늘 경매에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중도매인 대부분이 지난해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가격 역조 현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본 것에 대책을 호소했다고도 덧붙였다.
마늘 최대 주산지인 창녕에서는 2021년과 2022년 건마늘 경매가 시작되기 한달여 전에 풋마늘 경매를 했다. 보통 농가가 수확한 마늘은 20일가량 건조·선별 과정을 거쳐 건마늘로 출하하는 게 관례지만, 풋마늘은 수확한 마늘을 밭에서 2∼3일 말린 후 주대를 2㎝가량만 남기고 망에 담은 상태로 경매에 부친다. 농가들은 건조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풋마늘 경매를 크게 반겼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곽미경 우포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장장은 “2년간 경험한 결과 풋마늘 경매값이 건마늘 경매값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풋마늘 경매에 중도매인의 관심이 저조하면 가격은 형편없이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풋마늘 경매를 생략하고 7월부터 건마늘 경매에 들어가면 그 기간만큼 시장 유통물량을 차단해 가격지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침체로 마늘 소비가 크게 위축된 데다 햇마늘 수확량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창녕의 마늘농가들은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따라서 풋마늘 경매를 하지 않더라도 7월 건마늘 경매값이 제대로 형성될지 농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이다. 창녕보다 앞서 마늘을 수확한 지역에서 전년보다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도 악재다.
창녕군에 따르면 지역 마늘 재배면적은 3205㏊로, 지난해(2914㏊)보다 10%가량 늘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면적이 늘어난 만큼 생산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도 최근 2023년산 전국 마늘 재배면적이 24만710㏊로 전년보다 10.5%나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창녕 마늘농가들은 자칫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며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부터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농가 이상덕씨(63·대합면)는 “현재 마늘값이 폭락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생활물가를 잡겠다고 수입을 늘린 영향이 크다”며 “어떤 식으로든 농가에 생산비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밝힌 2022년 기준 마늘 생산비는 10㎏당 3만599원이다.
6만6000㎡(2만평) 규모에 마늘을 재배한 손성환씨(61·고암면)는 “자재비·전기료·인건비 등이 크게 올라 건마늘 1㎏당 3500원은 받아야 겨우 본전”이라고 했다.
공정표 마늘경남협의회장(이방농협 조합장)도 “최근 마늘생산자단체가 요구한 대로 정부가 3만t 규모로 선제적인 공공비축 수매에 나서되, 수매도 조기에 진행해야 시장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며 “특히 정부가 올해는 마늘에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소비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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