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이 유례없는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저장량이 줄어든 데다 오렌지·참외 등 대체품목 물량도 감소해 사과가 반사이익을 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사과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여름사과 출하 전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후지’ 사과는 10㎏들이 상품 한상자당 평균 5만5302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3만4562원)보다 60.0%, 평년(3만3816원)보다는 63.5% 높은 값이다.
올해 사과값은 설 명절 이후 꾸준히 상승 곡선을 이어왔다. 통상 사과는 수요가 몰리는 명절 이후 가격이 하락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강세 원인으로 올 설에 사과 저장량이 급격히 감소한 점을 지목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2%·4% 증가한 52만8000t 내외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산 저장량도 28만4000t으로, 전년과 평년 대비 각각 2.1%·6.4% 증가했다. 저장량은 증가했지만 대과 비중이 높아 명절 때 저장량이 절반 가까이 소진됐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대과 비중이 높으면 생산량(중량)이 예년과 같더라도 사과의 절대적인 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물량 소진 속도가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고태종 농협가락공판장 부장장은 “대과는 명절 이후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농가와 유통업체에서 올해 설 때 대과 물량을 전부 소진했다”며 “특히 지난해는 대과 비중이 40%에 육박했기 때문에 명절 이후 출하될 물량이 예년보다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기다 오렌지와 참외 등 대체품목의 물량이 줄어들며 사과 소비가 꾸준히 유지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재현 중앙청과 경매부장은 “사과의 경쟁품목인 오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저온피해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고, 국내 수입량도 줄어들어 가격이 높았다”며 “참외도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사과 대체품목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사과가 수요 측면에서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자두와 복숭아 등 이달 이후 출하될 대체품목의 작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사과값은 여름사과 출하 전까지 강세를 띨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김희석 한국청과 경매사는 “이달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자두·복숭아 등이 저온피해로 작황이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별다른 대체품목이 없고 사과 저장량이 감소했기 때문에 사과값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산지에선 올해 사과 작황이 저온피해로 지난해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윤성준 대구경북능금농협 영주농산물유통센터장은 “영주지역은 ‘쓰가루’ ‘홍로’ ‘후지’ 등 대부분 사과가 4월 저온피해를 봐 예측 생산량이 줄어들었다”며 “개화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결실이 잘되지 않아 농가들은 올해 생산량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승우 경북 안동농협 경매과장은 “태풍 등 기후 변수가 남아 있어 아직 정확한 생산량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저온피해로 올해 대과 비중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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