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농신보 운용 이대로는 위험하다
고금리 시대, 농신보 안녕하십니까?
<1> “쉬는 날 없이 일했지만 빈 손…사료구매자금 받아 급한 불 꺼”
<2>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정부 출연금 확대’ 목소리 고조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2023. 5. 31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은 1972년 1억원의 기금 재원으로 출발해 50주년을 맞는 지난해까지 약 166조3000억원(누계액)을 보증지원했다. 보증대상도 20만명을 넘어서며 우리나라 농림수산업 분야 대표 보증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총 9조1000억원 규모의 신규보증을 추진해 담보능력이 부족한 농어업인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농신보 운용이 마냥 여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은행의 건전성을 비교하는 자기자본비율처럼 농신보의 운용배수 비율이 적정 운용배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만큼 농신보의 자본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농어업인 농신보 이용 증가
10년 새 보증잔액 82% 늘고
기본재산은 55%나 감소
▲기금 운용에 빨간 불 켜진 농신보=농신보의 보증잔액은 최근 10년 사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보증잔액이란 농신보가 농어업인들에게 보증을 해 주고 남아 있는 잔액이다. 2013년 9조4275억원이던 농신보 보증잔액은 2018년 14조8906억원에서 지난해 17조1852억원까지 증가했다. 10년 사이 약 82%가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보증잔액이 늘어난 것은 농신보가 농어업인들에게 그만큼 보증을 많이 했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농어업인들의 농신보 이용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농신보 기금 운용의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유는 농신보의 기본재산이 늘어나는 보증잔액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2조6132억원에 달하던 농신보 기본재산은 2022년 기준 1조174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10년 사이 보증잔액은 82%가 늘었지만 기본재산이 55%나 감소한 것이다.
농신보의 기본재산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출연금에 기인한다. 2011~2013년까지 농신보의 정부출연금은 하나도 없었다. 여기에 2014~2019년까지 6년 동안엔 1조6000억원을 반환해 갔다. 그러던 사이 농신보 기본재산은 한 때 9847억원까지 줄었다. 그러자 정부는 2020년 1000억원,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1300억원을 출연했다.
농신보의 보증잔액과 기본재산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운용배수’ 때문이다. 보증잔액을 기본재산으로 나눈 것을 운용배수라고 하는데, 금융당국이 정한 적정 운용배수는 12.5배다. 2022년 농신보의 운용배수는 이를 초과한 14.6배다. 정부출연금 반환 이후 운용배수는 16.7배까지 치솟았다가 2020년 정부출연금이 다시 들어오면서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정 운용배수를 초과하고 있다. 특히 운용배수가 20배를 초과하면 농신보의 보증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까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운용배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농신보를 이용하는 농어업인의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농신보를 관리하는 농협의 관계자는 “운용배수가 12.5배를 넘게 되면 보증을 중단하는 사항들이 있다. 그래서 매년 금융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는데 승인의 조건이 보증조건을 강화하는 것이다”며 “이렇게 되면 신규보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농신보의 보증이 약해지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신보의 순신규보증액은 2019년 3조8500억원에서 2020년 2조9700억원, 2021년 2조6100억원으로 줄고 있다.
올해 정부 출연금은 ‘0’
내년 예산 반영도 미지수 반면
정부 출연금 수천억대 달하는
신용·기술보증과 형펑성 문제도
▲정부출연금 확대 동반돼야=이처럼 농신보 기금 운영에 문제가 감지되고 있지만 정부의 올해 농신보 출연금은 ‘0원’이다. 내년 예산에도 얼마가 반영될지 미지수다. 농업 정책자금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농산물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 및 인건비가 증가하는 현재의 추세로 보면 농신보의 보증 수요가 늘어날 것이 불가피한데 정부출연금이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면 농신보의 보증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우물에 물을 길러 쓰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우물의 물이 고갈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신보 운영을 맡고 있는 농협이나 농민단체에서도 정부출연금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다른 보증기금은 정부출연금 확대를 통한 기본재산의 확충으로 적정 운용배수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농신보의 정부출연금에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2021년 각각 4406억원과 3500억원의 정부출연금을 통해 운용배수를 8배와 7.8배로 유지하고 있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산 당국에선 당장에 (농신보) 기금이 바닥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증 여력이 줄어들게 되면 농어업인에 대한 농신보 이용 심사가 경직되고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농신보) 제도 개선에 맞는 기금 운용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도 각각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더불어민주당 농어민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농신보의 정부출연금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내년 본예산에 최소 2500억원 이상의 정부출연금 편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래야 청년농 육성, 스마트팜 확산 등의 핵심 국정과제 실현에 농신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용석 한농연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신보 운영 취지가 담보 여력이 없는 농업인들에게 정책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나 고금리 시대엔 더욱 필요한 자금이다”며 “그런데 운용배수로 인해 농업인이나 법인들이 이용을 할 수 없다면 큰 문제다. 따라서 정부가 회수한 만큼의 정부출연금을 대폭 예산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출연금 확대 문제가 지적됐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은 아니지만 (농신보 운용배수가) 더 나빠지면 금융당국에서 (농신보 운용에) 제동을 걸 수도 있을 것”이라며 “농신보 운용배수를 낮출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최대한 예산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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