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산물 도매시장 개설자의 역할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2023. 5. 25
국내 농업에서 유통 분야는 농민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유통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농민 호주머니 사정과 직결돼 한 해 농사를 아무리 잘 지었다고 한들 유통에서 제값을 받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농민들의 생계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유통에 종사하는 유통인들도 마찬가지다. 농축산물은 일반 상품과는 달리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효율적인 유통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수많은 유통 리스크를 안고 영업을 지속, 결국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소비자는 어떠한가. 출하자와 유통인들이 경영난에 빠지면 농수산물 수급에 문제가 발생해 양질의 농산물을 공급받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가격 또한 급등해 결국은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국내 공영도매시장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이 같은 폐단을 막고 출하자와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 건설됐다. 표면적으로는 안전한 유통환경을 조성해 피해를 보는 농민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투명한 가격 발견 기능, 효율적인 농산물 수집과 분배 시스템을 정부에서 관장하게 되면서 국내 농산물 유통을 업그레이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 온 것이다.
국민들의 혈세가 도매시장에 투입되는 이유도 전 국민의 먹거리 시스템에 도매시장이 그만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공영도매시장을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 즉 개설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대전에 위치한 노은도매시장에서 계속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노은도매시장의 개설자인 대전광역시가 도매시장 발전은 뒤로하고 비상식적 행정(?)으로 도매시장 내 유통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대전에는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과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 등 2개의 도매시장이 있지만 대전시는 유독 노은도매시장의 발전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면서 해당 시장의 유통인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현재 도매시장은 온라인의 발달, 대외환경 변화 등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개설자와 유통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 농산물 유통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간에 지자체와 유통인 간 갈등으로 시장 발전을 좀먹고 있어 예산 낭비는 물론 출하자의 영업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도매시장 내에는 수많은 유통주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 탓에 각 주체의 합의와 의견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도매시장 발전을 꾀해야 하는 일은 개설자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도매시장에는 개설자의 권한이 막강해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인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그 압력이 조금이라도 왜곡된다면 도매시장은 한순간에 경쟁력을 잃고 그 피해는 농민뿐만 아니라 유통인, 나아가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농안법에는 도매시장 발전을 위해 개설자의 역할이 명시돼 있다. 굳이 법으로까지 명시해 놓은 이유는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금이라도 ''불통 행정''을 청산하고 현장 유통인들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유통인들의 의견을 묵살한 행태를 지속하는 등 외눈박이 행정을 고수해 나간다면 더 이상 도매시장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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