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한 조례는 차별에 해당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가운데, 일부 시·도의회에서 이를 반박하고 오히려 지역농산물 구매를 장려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공정위는 3월 ‘지방자치단체 경쟁제한 및 소비자이익 제한 조례·규칙’ 196건을 올해 개선과제로 선정하면서 ‘우리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지역전통주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개선과제로 꼽았다.
해당 조례는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이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우선’이란 문구를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문구가 사업자를 차별해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공정위 방침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농산물 구매를 장려하는 지자체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최근 전남도의회에서는 공정위의 권고를 비판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명수 전남도의원은 4월 도의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공정위에서 모든 조례에 들어 있는 ‘우선’ 포함 조항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면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공정위의 규제 방침은 농산물 시장의 안정적인 발전과 농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지역농산물 구매와 관련된 조례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 관계자는 “지자체와 협의해 우리밀 우선 구매 권장 관련 조례는 올해 개선과제 대상에서 제외했고, 지역전통주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조례는 ‘우선’이란 문구만 삭제하려는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기업이 타 지역에 진출하고자 할 때 (지역장벽을 허물어)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련 사항을 검토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당장 지역농산물 사용을 배제하진 않아도 해당 조례 개정을 시작으로 시장경쟁을 강화하는 기조가 확대되면 향후 공공영역 등에서 더 많은 시장을 외국산 농축산물에 내주게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윤병선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2021년에도 공정위는 학교급식에서 지역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한 조례가 시장경쟁 원리에 저촉된다고 발표했다가 농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이를 철회했다”면서 “(외국산과 국산이) 무한 경쟁하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조항 등 일종의 보호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는 오히려 조례 개정을 통해 지역농산물이 지역 공공기관의 우선 구매 대상임을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문세종 인천시의원은 지역상품의 정의를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물품’이라고 보다 구체화한 ‘인천시 지역상품 우선 구매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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