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서 주대마늘 첫 산지경매가 진행된 가운데 올해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가격 하락에 대한 생산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생산자들은 7∼8월 산지경매에서 마늘값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의 선제적인 수급대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라 향후 정부 움직임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고흥 산지 첫 경매…물량 4분의 1 토막에도 가격은 지난해 수준=12일 고흥 녹동농협에선 올해산 주대마늘 첫 경매가 진행됐다. 이날 경매에서 주대마늘 50개들이 한단의 평균 경락값은 8509원을 기록해 지난해(8588원)보다 소폭 낮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입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주대마늘 반입량은 5631단으로 지난해(2만1606단)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호 녹동농협 과장은 “올해 고흥지역 기온이 낮다보니 농가들의 출하 시기가 지난해보다 늦춰져 반입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반입량이 지난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현재 출하된 주대마늘 품위가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대마늘 가격은 출하가 본격화하는 이달 셋째주부터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박현배 녹동농협 경제상무는 “올해는 고흥지역에서 밭떼기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홍수출하 가능성이 높다”며 “더욱이 지난해산 마늘 재고가 남은 것으로 파악돼 가격이 지난해보다 약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재배면적 증가, 밭떼기거래 실종…가격 하락 조짐에 불안한 농가=마늘 주산지 첫 경매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7∼8월 산지경매를 앞둔 경남 창녕·합천 지역 생산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올해 마늘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작황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 생산량이 급격히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마늘 재배면적은 2만4710㏊로 지난해(2만2362㏊) 대비 10.5% 증가했다.
공정표 창녕 이방농협 조합장은 “창녕 등 주산지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난 데다 4월 내린 비로 생육이 급격히 호전돼 단수 또한 지난해보다 크게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올해 마늘 생산량이 지난해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김진섭 합천동부농협 경매사도 “합천지역의 마늘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고 작황 또한 현재까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산지 경락값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마늘가공업체들이 지난해산 재고 부담으로 밭떼기거래에 나서지 않으면서 7∼8월 창녕·합천 주산지 경매 때 홍수출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지난해산 마늘 재고량은 1만4000t으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4.5%·7.4% 증가했다.
최진욱 한국마늘가공협회장은 “대부분 마늘가공업체들은 지난해 마늘 원물을 1㎏당 5000원대에 구매했는데 최근 깐마늘값이 1㎏당 6000원대로 하락해 사실상 적자를 보고 있다”며 “자금 여력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산 재고도 많이 남아 밭떼기거래 매수심리가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원 대아청과 경매사는 “보통 전년 생산된 마늘 재고는 이듬해 6월이면 소진되지만 올해는 7∼8월까지 시장 출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월된 재고가 있으면 7∼8월 산지경매 경락값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생산자 “정부 선제적 수급대책 마련해야”=이처럼 올해산 마늘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생산자들은 정부에 선제적인 수급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11일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 마늘·양파 생산자 대회’를 열고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저율관세할당(TRQ) 수입계획 등을 비판했다.
특히 전국마늘생산자협회는 선제적 공공비축 수매와 생산비를 보장한 수매값 결정 등을 요구했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마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0% 늘었고, 밭떼기거래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농민들은 2019년과 같이 마늘값 대폭락을 우려하고 있는데 정부는 뒷짐 지고 서서 마늘 경락값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3만t 규모의 선제적인 공공비축 수매를 추진하고 1㎏당 4500원 수준의 수매값을 보장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이태문 마늘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현재 마늘값 폭락 징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그때 가봐야 안다며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선제적인 수급대책과 더불어 올해 마늘 TRQ 수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야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