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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법원 “경매제-시장도매인제 영업구역 명확히 갈라야”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5-12 조회 1678
첨부파일 20230511500226.jpg
* 서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의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영업구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강서시장의 경매제 시장 모습



      ‘강서시장 분리 요구 소송’ 2심서도 서울시 패소

      “반입반출구역·물류동선 한데 뒤섞여 불법거래 성행

      도입 취지상 개설자 재량권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워”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5. 11


 서울 강서시장 시장도매인들의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영업구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대규모 불법거래가 적발된 데 대해 법원이 엄격한 후속 조치를 주문한 것으로 개설자인 서울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고법 “두 시장 분리해 달성할 공익 중요”=최근 서울고등법원은 강서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강서청과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장소 분리 조치 시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인 서울시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2020년 강서청과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과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이하 조례 시행규칙) 등을 근거로 서울시에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영업장소를 분리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현행 농안법은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농안법 시행규칙에는 ‘도매시장법인의 영업장소와 시장도매인의 영업장소는 업무규정에 따라 분리해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조례 시행규칙 또한 ‘법인과 시장도매인을 함께 두는 도매시장은 반입·반출 구역을 분리하거나 물류 동선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를 구분·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는 조례 시행규칙의 해당 규정이 2008년 신설돼 2004년 개장한 강서시장에 소급 적용할 수 없고, 이미 영업구역이 분리돼 있다며 강서청과의 분리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강서청과는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심 법원은 서울시가 개설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영업구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판결, 강서청과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서울시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도 서울고법은 1심 판결의 결정을 대부분 이어갔다. 항소심에서 서울시는 “조례 시행규칙에 명시된 영업장소 분리를 위한 구체적 방법은 서울시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주어져 있고, 서울시는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영업장 건물을 분리했으므로 재량권 범위 내에서 서울시의 조치는 적법하다”고 새롭게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판결문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시장의 엄격한 분리는 서로 다른 유통주체간 거래를 막아 각 시장제도의 유통단계가 증가되는 것을 막고 거래방법 다양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시장도매인제 도입 취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은 취지 등을 고려하면 두 시장간 분리는 거래가 실질적으로 분리될 수 있게끔 객관적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해석돼 도매시장 개설자 재량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서울고법은 현재 강서시장의 영업구역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아 불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서울고법은 “5개의 출입구를 통해 경매제 시장 농산물과 시장도매인제 시장 농산물이 혼재돼 반입·반출되고 있다는 점은 당사자들도 동의하는 내용”이라며 “이 과정에서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 사이에 지게차 등을 이용한 상당량의 불법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물류 동선이 분리돼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두 시장의 명확한 분리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것이 농수산물의 적정한 가격과 원활한 유통 보장이라는 분리 조치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보다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에 서울시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시장 관계자 “불법거래 근절 기대”…전문가 “시장도매인 전용 시장 논의 가속화 전망”=이번 판결로 강서시장 관계자들은 그동안 만연했던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를 막을 수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시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2020년 2년 동안 시장도매인 58개사가 중도매인 144개사와 농산물을 불법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규모는 637억6700만원에 달했다.

강서청과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거래로 경매제가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며 “불법거래를 근절할 수 있는 조치가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한 시장에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를 병행 운영하는 체제보다 시장도매인 전용 시장을 개설하는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또한 가락시장을 제외한 지방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만큼 해당 논의가 탄력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위태석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단순히 도로나 차단막 정도로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시장을 분리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명확하게 나온 만큼 앞으로 시장도매인제 도입 논의는 전용 시장을 개설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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