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aT 농산물유통실태 (단위 : %)
주 상단 가로 진한 숫자는 각 유통주체별 점유율을 나타냄
각 유통주체의 구입처 비율 : 가로줄 숫자로 나타냄
각 유통주체의 판매처 비율 : 세로줄 숫자로 나타냄
심층기획 ① chr(124)_pipe 산지유통인 통한 출하 비중 증가
더바이어 신재호 기자 2023. 5. 2
PART 1_산지유통인
우리나라는 1995년 수집상 등록제(현재는 산지유통인 등록제)를 실시, 초기 1만 3000여명이 등록해 활동했으나 현재는 2000여명까지 줄어들었다. 산지유통인 수는 이처럼 크게 감소했지만 생산 농가의 출하처 비중에 있어서는 생산자단체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농협 등 생산자단체의 출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산지유통인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산지 APC건립으로 ‘쇠락의 길’
2023년 현재 산지유통인은 전국적으로 2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산지유통인은 2000년 이전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산지APC가 건립되기 이전이다. APC를 기반으로한 생산자단체 등 산지 유통 조직이 발전하면서 쇠락을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산지유통인은 엽근채류 이외에도 감귤, 수박,당근 등 다양한 국내 농산물을 취급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대응한 피해보전 대책으로 추진된 42조 구조개선 대책 등 정부 지원으로 산지 APC설립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2000년 이후 이들의 포지션이 약화됐다.
그 중 대표 품목은 감귤이다. 감귤 주산지인 제주도에 농업회사법인, 영농조합법인 등이 APC를 기반으로 설립되며 감귤 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케 됐다. APC에서는 기존 산지유통인이 크기, 중량 등 단순 선별을 뛰어넘어 비파괴 선별을 통한 당도, 밀도 등 보다 세분화된 선별이 가능해졌다. 이에 생산 농가들은 APC에 출하 비중을 높였고 자연스레 산지유통인을 통한 출하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당근은 2005년 이후부터 중국산 세척 당근이 소비지 시장을 잠식하자, 국내 흙당근 시장이 점차 줄어들며 산지유통인의 취급률이 감소했다.
현재 산지유통인은 부피가 크고 물류 효율성이 떨어져 생산자 단체가 꺼리는 무, 배추, 수박 등을 주로 취급하고 있고 있다. 실제 aT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에 따르면 산지유통인의포전거래 주요 품목은 70% 이상이 무, 배추이다. 월동배추, 봄배추, 고랭지 무 등은 산지유통인의 거래 비율이 80%를 넘지만 수박, 양파등은 각각 70%, 50%에 머물고 있다.
고령화·자재비 상승...출하 비중 증가
생산 농가들은 고령화, 자재비 상승 등의 이유로 산지유통인을 통한 출하 비중을 늘리고있다.
2022년 aT 농산물 산지유통실태 조사에 따르면 생산자의 출하처 비율은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통출하 비중이 43.7%로 가장 높고 산지유통인이 39.4%로 다음을 차지한다. 가공업체는 7.1%, 산지공판장 5.4%, 도매상 1.3% 순이다. 특히 2022년 생산자 단체 취급률은 전년보다 2.0%p 감소한 반면 산지유통인 취급률은 전년보다 4.3%p 증가했다.
생산자단체 취급률은 2017년 49.4%에서 점차줄어 2021년 43.7%로 감소한 반면 산지유통인취급률은 2017년 30.6%에서 점차 늘어 2021년 39.4%로 증가했다.
이처럼 청과물 유통 경로에서 산지유통인 취급률이 증가하는 데는 농가 고령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생산 농가는 늘어나는 영농자재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재 값 상승으로 비료값, 농약값 등이 올랐고 저장창고 전기료도 크게 상승했다. 또 자연재해 등 기상이변은 해가 갈수록 종잡을 수 없이 심각한 수준에 치닫고 있다.
특히 농촌의 선별, 포장 인력난도 한몫했다. 인건비 상승은 감수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광형 (사)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생산 농가 차원에서는 원가를 감안해서 적절한 이윤만 남으면 일찌감치 밭 채 넘기고 있다”며 “영농자재비 상승은 물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고령층의 농가들은 더 이상 모험을 하기 보다 비록 적을 수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사업 동참...안정적인 경영 추구
농사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그해 농사는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지유통인이 주로 취급하는 노지 채소는 하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작물이다. 이에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정부의 수급 안정 등 농산물 유통 정책 사업에 동참하는 산지유통인이 늘고 있다.
실제 정부의 저온 창고·선별장 지원사업, 물류지원사업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법인화를 추진, 현재 500여곳이 법인회사 형태로 전환했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 안정 등 정책 사업에 적극참여하는 단체로는 (사)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이하 신선채소조합)이 꼽힌다. 2013년 설립된 신선채소조합은 산지유통인 400여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12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신선채소조합은 임의자조금 단체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목표로 정부의 농산물 유통 정책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편 김치 또는 절임배추 사업을 하는 지역농협도 이들 산지유통인과 함께 하길 원한다. 강원도 지역은 여름철을 제외하고 겨울과 봄에는 배추, 무 등 원물을 조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경제 사업은 지속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산지유통인을 조합원으로 가입토록 권장하고 비생산 시기에는 이들로부터 원물을조달한다. 겨울배추 주산지인 해남·진도 등 전라남도 지역은 이와 반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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