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제22차 비상경제차관회의·수출투자책임관회의''에서는 농산물 수입을 통한 농산물 가격 안정 방안이 제시됐다
물가 빌미 또 수입 확대...무책임한 대응에 성난 농가
농수축산신문 박유신,이문예, 이두현 기자 2023. 5. 2
정부가 물가 안정을 빌미로 농산물 수입 확대를 지속하면서 농가들의 원성이 높아만 지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2차 비상경제차관회의와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비여건 개선과 민생안정을 위한 물가대응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그간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였던 채소류 등 농산물은 봄철 생산량 증가 등으로 점차 안정세를 회복할 전망이나 수입확대, 할인지원 등을 통해 가격안정을 지속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 차관은 “지난해 생산 부족으로 가격이 높았던 양파의 경우 지난달까지 잔여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645톤을 긴급도입한데 이어 이달부터 TRQ를 2만 톤 증량하는 등 수입조치와 할당관세를 선제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정부 방침의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일 주요 농축산물 수급동향·전망을 발표해 겨울 한파와 일조 부족 등으로 강세를 보이던 채소류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이달 이후 기온 상승, 봄철 물량 본격 출하 등 공급 여건이 개선되면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 확대 계획을 내비쳤다.
우선 본격적인 출하기에 접어든 양파의 경우 지난달 중순 kg당 1376원인 도매가격이 하순 828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이달 초까지 대형마트 원물 수급 단가 지원을 통해 소비자부담을 완화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양파 대량 소비처에 수입양파를 직공급하기로 했다. 더불어 향후 기상여건 등에 따라 이달 중 중만생종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TRQ 물량을 2만 톤 증량하는 등 수입 조치를 통해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감자 역시 시설 봄감자가 본격 수확돼 지난달 중순 이후 도매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이달 중순 노지 봄감자 출하전까지 정부 비축물량 공급과 함께 제과업체 가공용 감자 1만2810톤에 대한 할당관세 등을 추진하여 수급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무 또한 단무지, 쌈무 등 가공업체의 원물 수급 부담 완화를 위해 이달부터 다음달 말까지 관세율 30%인 수입무 전량에 대해 할당관세(0%)를 적용하기로 했다.
물가안정을 빌미로 한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농업계의 원성은 높아만지고 있다. 급등한 생산비로 인한 농가의 수지타산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공급량을 늘려 가격만 잡으려고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격 성출하기를 맞은 양파 생산자들은 양파 수입의 즉각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며 오는 1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수입 정책밖에 없는 정부를 규탄하는 ‘전국 양파·마늘 생산자대회’를 갖기로 했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국산 양파의 수확과 출하가 시작됐는데 정부는 농업인들의 수지와 정확한 생산량은 따져보지도 않고 수급안정을 명분으로 수입을 논하고 있다”며 “농업인들을 살피지 않는 정책이 계속돼 양파 농가가 생산을 포기하게 되면 앞으로 양파는 수입에 의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미 가공용 수입무가 반입된지 오래고 품종 차이로 식자재로의 사용은 미미해 도매가격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문제는 생산비 급등으로 산지 농가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은 살피지 않고 무조건 가격만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있다”며 “정확한 수요공급 예측을 통한 수급 정책을 펴야 산지와 소비지가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올해 초 월동무 등 월동채소 TRQ 문제로 직·간접 영향을 받았던 제주에서는 빈번한 TRQ 물량 확대를 통한 소비자 물가 관리가 자칫 시장 전체를 교란시키는 등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창남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정책위원장은 “한파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지난 3월 할당관세 물량을 확대한다고 하니 농가들이 서둘러 출하해 현재 월동무 저장물량은 평년의 절반 이하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지금도 월동무 가격이 올랐지만 앞으로 비축물량이 적으니 더 가격이 오를 테고 또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양파도 만생종 출하가 다가오고 있는데 수확도 전에 TRQ 물량 확대를 공표해 버리면 시장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겠느냐”며 “쉬운 방법인 수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100년 농업을 바라보는 혜안을 갖고 농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은 “수입농산물 관세인하로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며 “TRQ를 통한 일시적 물가잡기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농축산물 가격 등락을 최소화하고 농가 경영 안정을 이룰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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