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격·수매시기‘정치적 결정’…물가대책 ‘하위개념’ , 손놓은 ‘골든타임’
개정안 ‘백가쟁명’ , 생산비 감안한 ‘농사값 보장’ 은 공통 목소리
농업인신문 유영선 기자 2023. 4. 28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정쟁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양곡법 찬반을 떠나,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농민이 받는 벼농사 몫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자는 원론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내세우는 전략작물직불제 등의 공익직불제도 활용과,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쌀수급대책에 대해서도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현재처럼 쌀값이 하락을 거듭하는 상황, 벼 생산비가 치솟는 상황, 쌀 수급조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고정된 수입쌀 물량 등에 대한 상시적인 대책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훨씬 세게 나오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물가안정 대책 일환 뿐만 아니라, 생산자를 중심에 둔 소득안정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인 것이다.
농업계나 학계가 최근, 양곡법을 개정하려면 농가소득과 연계된 쌀값 지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동직불금 폐지 이후의 대안 마련을 위해서라도 변화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양곡법을 개정한다면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몇몇 제안들을 게재한다.
‘변동직불제’ 부활
시장격리 의무화 조항을 삽입한 양곡법 개정안이 폐기되면서 쌀값‘안정장치’에 대한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쌀 생산농가들에 대한 소득보장을 위해 쌀 목표가격제와 변동직불금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쌀값을 지지하는‘시장격리 의무제’가 시행될 수 없다면, 목표가격제·변동직불제 등 가격지지 안정장치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최근 쌀값 정상화 관련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을 발의·입법예고했다.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공시하고 수확기 평균가격 차액 90%에 대해 소농직불금·면적직불금에 변동직불금을 합쳐 지급토록 하자는 내용이다.
생산과잉 유인 차단, ‘가격위험완충제’
GS&J인스티튜트 이정환 이사장은, 정부 주도의 쌀 수급조절 보다 시장원리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쌀 가격이 기준이하로 하락하면 그 차액의 85%를 보전하는 미국식 가격위험완충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변동직불제와 차이를 비교하자면, 적정 기준가격의 생산과 연계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어 과잉생산 유인을 차단한다는 복안이다. 또 논이 다양한 작물 재배지로 전환되기 위해서 쌀과 마찬가지로 타작물도 가격위험완충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 보전기준가격(목표가격)은 최근 수급을 반영하는 평년가격으로 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목표가격의‘국회내 결정’과 차이를 보인다.
‘최저가격제’ 법제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곡법 개정안의 요점은, 법률 취지상 생산자·소비자 둘다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쌀에 대한‘최저가격’을 정부가 양곡 매입시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쌀생산에 투입되는 재료비, 노무비, 운송비 등 소요 비용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정하고, 이를 정부 매입가격(최저가격 이상)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강 의원의 법률안에는 벼 생산자가 재배면적 조정으로 인해 그 소득이 감소했다고 인정하는 때, 그 소득감소분을 지원토록 명시하고 있다.
‘2023년산 24만원 보장’, 양곡법에 삽입
농민단체들의 공통된 주장은, 생산에 투여한 비용과 자가투여노동 비용을 보장하라는 ‘농사값’요구에 있다는게 중론이다. 2018년 쌀목표가격 요구 때 나온,‘밥 한공기 300원’에서 기인한 지지가격이다. 진보당도 비슷한 주장으로 합세했다. 지속적으로 일정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생존권과 맥락이 닿아있다는 논리다.
농민단체들은 쌀에 대해선 자급률을 100%라고 법률에 명시할 것과, 식량위기에 대비한 공공비축미를 두달 분량 60만톤(유엔식량기구 권장량)보다 많은 100만톤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양곡법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농민 이익법’으로 탈바꿈해야”
공익직불법 이전 법률인‘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의 쌀 목표가격이나, 공공비축미 매입가격 등은 모두 물가안정대책에서 결론이 내려진 가격이다. 소비자물가, 즉 시장물가 흐름이 쌀 거래 기준가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일명‘물가안정 하위정책’개념의 양곡법은 당초 법률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양곡법 전면개정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 의원은 양곡법 개정 방향은 소비자 중심이 아닌,‘농민의 이익’을 담은 농민 중심의 법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원리를 내세우지만, 결국 소비자를 명분으로 삼은 물가정책으로부터 농민의 소득안정을 지키는 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식량안보, 수급안정, 가격안정, 농민이익 등이, 양곡법 개정을 통해 가능토록 준비하겠다는게 신의원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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