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서귀포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문성두씨(왼쪽)와 이부성씨가 수확을 앞둔 마늘을 살피며 인건비 상승과 인력수급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부분 농가 5월 중에 작업 인력 수요 몰려 인건비 올라
고령농·소농 특히 타격 심해 산지수집상에 헐값 넘기기도
기계화 전환 실증사업 확대 취약농가 보호책 마련 시급
농민신문 제주=심재웅 기자 2023. 4. 27
“마늘 수확은 시기를 놓치면 안되는데,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아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제주지역 마늘 수확이 임박하면서 재배농가 사이에서 오를 대로 오른 인건비 걱정과 함께 혹시 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해 한해 농사를 망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마늘 수확은 5월9일부터 30일까지 약 20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도내 거의 모든 농가가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마늘을 수확하기 때문에 인력수요가 몰린다는 점이다. 3∼4월 조생양파 수확기 1인당 인건비가 10만원대 초반에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늘 수확기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만6529㎡(5000평) 규모로 마늘농사를 짓는 문성두씨(65·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는 “수확철 모든 농가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니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면서 “대농은 인력 중개업체에 수백만원의 계약금을 미리 걸어가며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통비, 식비, 인력 반장 수당 등 따로 챙겨야 하는 비용도 많아 1인당 인건비가 15만원은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상모리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이부성씨(63)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면서 인건비·자재비 등 영농비가 끝없이 오르고 있다”면서 “올해는 수확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적자만 안 보면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부족 문제는 고령농·소농에게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필요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중개업체의 인력 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인건비 상승에 따른 영농비 부담을 견딜 힘이 부족한 탓이다. 심지어 적기에 마늘을 수확하지 못하면 구가 벌어지고 상품성이 떨어져 제값을 못 받을 수 있기에 웃돈을 얹어가며 인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문씨는 “소농은 보통 10명 미만의 수확 인력이 필요한데, 중개업체에 의뢰해도 언제 배정될지 몰라 웃돈을 줘가며 인력을 당겨오게 된다”면서 “결국 이런 구조가 인건비 상승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력수급이 마땅치 않아 자체적으로 수확·운반이 어려운 농가는 결국 손해를 감수하면서 수집상과 밭떼기 거래를 하기도 한다.
8264㎡(2500평) 규모로 마늘을 재배하는 김희수씨(77·동일리)는 “사람을 구하지 못한 농가는 산지수집상에게 마늘을 헐값에 넘기는 일이 다반사”라며 “올해는 지난해산 마늘 재고가 상당히 남아 있다는 소식에 밭떼기 거래마저 뜸하다”고 귀띔했다.
영농환경이 열악해지다보니 마늘 재배면적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도내 재배면적은 2017년 2230㏊에서 2022년 1238㏊로 약 44%(992㏊) 줄었다. 같은 기간 재배농가수도 3367곳에서 2718곳으로 19.2%(649곳) 감소했다. 인력을 구하지 못해 재배면적을 줄이거나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진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농가가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덜 드는 작목으로 전환하면서 해당 작목의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목별 생산면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마늘농가를 보호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씨는 “마늘 재배면적이 줄면 겨울채소 등 다른 작물 재배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긴다”면서 “지금도 해마다 겨울채소 공급과잉으로 어려운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마늘농가를 보호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기계화를 위한 실증사업 확대와 농기계 보조사업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씨는 “마늘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사람 손이 필요한 노동집약형 작목이라 기계화가 시급하다”면서 “기계화를 위한 실증사업과 농기계를 구매하기 어려운 영소농을 보조하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력수급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우기 위해 제주농협본부(본부장 윤재춘)가 마늘 수확 자원봉사자 모집에 나섰다. 제주농협은 최근 도내 주요 기업과 기관·단체 등 150여곳에 마늘 수확기 농촌현장 일손지원을 요청하는 협조문을 발송했다. 특히 고령농·소농과 같은 취약농가를 중심으로 인력을 지원해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구상이다. 자원봉사자에게는 단체이동 수단, 점심식사, 작업용품, 안전보험 가입비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윤재춘 본부장은 “인건비 등 영농비가 나날이 올라 농민 시름이 깊다”면서 “농민에게 희망을 주는 농촌 일손돕기에 도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농협은 지난해 같은 사업을 시행해 약 4000명의 인력을 마늘 수확 현장에 투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