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산 초절임 생강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국내 생산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유통 중인 중국산 초절임 생강 제품으로 식감과 맛 등이 신선생강과 유사하다고 평가된다.
작년부터 채초제품 수입↑ 국산 4분의 1 가격에 유통
신선생강과 식감·맛 유사 산미 제거해 쓰는 식당도
“관세회피 우회수출 의혹 통관 때 철저히 확인해야”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4. 20
충남 서산, 전북 완주 등 생강 주산지가 파종기를 맞아 분주해진 가운데 중국산 초절임 생강이 무분별하게 수입돼 생산자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종자값 상승과 소비둔화라는 이중고를 맞아 생산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수입 초절임 생강의 공세를 방치하면 국내 생산기반이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입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중국산 초절임 생강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에도 초절임 생강은 꾸준히 수입됐으나 최근 ‘채초생강’ 등 국내 수요에 대한 맞춤형 제품이 등장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기존 초절임 생강은 얇게 저민 형태로 주로 일식집에 납품하는 제품이었지만 최근 시장에 등장한 채초생강 등은 길게 채를 썬 형태로 장어 전문 음식점 등에 바로 납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 생강 유통업계에 따르면 장어 음식점의 생강 수요는 연간 500t 수준이다.
해당 제품이 국내 생강산업에 특히 위협적인 이유는 기존 제품과 달리 신선생강의 외형과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초생강을 파는 식자재업체들 또한 ‘아삭한 식감’ ‘생강 본연의 맛’ 등 신선생강의 특성을 제품의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기존 초절임 생강은 식감과 향·맛이 초산에 절인 제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특성이 뚜렷했는데, 최근 등장한 제품은 식감과 맛이 신선생강과 구별되지 않는다”며 “초절임 생강은 일정 기간 초산에 절여야 하는데, 최근 제품들은 절임 기간을 최대한 줄여 신선생강 형태와 식감을 유지하도록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실상 신선생강에 가까운 수입 초절임 생강에 대해 국내 생산자들은 관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수출의 통로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 신선생강 관세는 377.3%에 달하지만 초절임 생강(식초나 초산으로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채소)으로 분류되면 30%의 관세만 적용받을 수 있다. 10배 넘는 관세 차이는 곧 제품 가격 차이로 이어진다. 현재 중국산 채초생강 제품은 1㎏당 3000∼4000원대에 판매되는데, 이는 국산 초절임 생강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상원 생강전국협의회장(서산 부석농협 조합장)은 “음식점 등에서 해당 제품들을 물에 담가 산미와 향을 빼는 작업을 한 뒤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수입 목적과 다르게 국내에서 재가공해 사용하는 편법 유통”이라며 “이를 방치하면 음식점뿐 아니라 다른 수요처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초절임 생강이 품목분류 적용기준을 따르고 있는지 통관 과정에서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선생강을 초절임 생강으로 둔갑시켜 우회 수출하는 것을 막을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세법 제85조에 따른 품목분류의 적용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에는 ‘식초 또는 초산으로 조제하거나 보존처리한 채소’ 기준이 ▲채소 내부의 초산 함유량이 전 중량의 100분의 0.5 이상일 것 ▲채소 내부의 소금 함유량이 전 중량의 100분의 12 미만일 것 등으로 명시돼 있다.
임희문 한국생강생산자연합회장은 “중국산 초절임 생강의 수입이 폭증하기 전에 우선 해당 제품이 품목분류 기준을 충족하는지 통관 과정에서 확인해야 한다”며 “또 신선생강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초절임 생강의 품목분류 기준에 수분 함유량 등 원료가 되는 생강의 기준을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초절임 생강에 대한 관리·감독이 용이하도록 품목분류 코드(HS code)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초절임 마늘·양파는 코드가 세분화돼 있어 개별적으로 수입량 통계를 확인할 수 있으나 생강은 기타 품목에 포함돼 정확한 수입량·수입가격 등의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초절임 생강 수입은 일부 업체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깜깜이인 시장”이라며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품목분류 코드를 세분화해 통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