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 40대 중·후반도 청년 또는 청년농이 될 수 있도록 조례를 바꿔 청년 인구수를 늘리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농촌 여건을 고려해 청년농의 나이 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의회는 14일 청년 나이 상한을 기존 39세에서 45세로 높인 ‘전라남도 청년 기본 조례 개정안’을 가결·통과시켰다. 개정된 조례를 적용하면 전남도 청년 인구는 53만4000여명으로 14만3000명가량 늘어난다. 이에 따라 청년 취업자 주거비 지원, 청년근속장려금 지급 등 전남도의 청년정책 수혜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호진 전남도의원은 “전남 인구는 180만명선을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지역을 떠나는 도민의 96%가 청년이며 청년 유출로 인구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청년의 상한 연령을 확대해 소통과 참여의 기회를 늘리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러 지자체가 조례상 청년 나이 상한을 높이는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로 지역 내 청년 인구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청년 연령 기준을 유지하면 예산을 투입하는 각종 청년지원정책의 수혜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청년은 ‘청년기본법’에 따라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정책 목적이나 취지에 따라 다른 법령과 조례에서 청년에 대한 연령을 다르게 정할 수도 있다. 청년 나이 기준을 상향하려는 움직임은 특히 농촌 지자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농업분야는 ‘후계농어업인 및 청년농어업인 육성·지원에 관한 법률(후계청년농어업인법)’에 따라 청년농의 나이 상한이 39세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청년농 관련 정책사업은 모두 이 나이 기준을 따른다. 청년농에게 매월 최대 110만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은 지원자격이 만 39세 이하로 제한된다. 이밖에 ▲청년농촌보금자리조성사업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사업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사업 ▲청년 외식창업 공동체 공간조성사업 등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역시 정책대상자의 나이 상한이 39세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청년농의 나이 기준을 크게 상향하는 추세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전북(45세 미만)·경남(〃)·제주(45세 이하) 등 3개 도(道)가 조례를 통해 후계청년농어업인법의 청년농 나이 기준보다 높은 나이 상한을 두고 청년농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초지자체를 기준으로 보면 청년농 나이 상한이 45세보다 높은 지역도 있다. 강원 평창, 충북 옥천, 전북 익산·장수 등에서는 청년농 나이 기준을 50세 미만으로 정했다. 청년 나이 기준을 34세 또는 39세 이하로 유지하고 있는 도시지자체에서도 청년농은 나이 상한을 높여 폭넓게 인정하는 양상을 보였다. 부산시는 청년 나이 상한이 34세 이하지만 청년농은 50세 미만이다. 세종시는 청년 상한 연령은 39세 이하인 반면 청년농은 45세 미만이다.
이에 정부 역시 청년농의 나이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처럼 지자체가 조례를 바꿔 청년농 나이 상한을 높이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청년지원정책에는 법적 효력이 있지만 중앙정부에서 공모하는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농의 나이 기준을 현행 만 40세에서 50세 미만으로 상향하면 청년농의 인구수는 2021년 기준 31만2000명에서 46만여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농촌사회에서는 40대 농민이 주를 이루고 중점적으로 활동하지만 현재 청년농 관련 정부 시책은 주로 40세 미만 농민에게 초점을 맞춰 역차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일부 지자체는 현장 수요를 고려해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청년농의 연령대를 상향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개선이 없다면 사실상 지원이 불가한 만큼 청년농 연령대를 현실에 맞게 수정해 정책 수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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