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0~13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결의안 형태로 제시한 3가지 개편안(위 그래프) 등을 논의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나흘간 열린 전원위에선
문제점 ‘공감’ 해법 ‘동상이몽’
수도권에 의석 쏠림현상 심화
지방 쇠퇴 부추겨 … 개선 필요
중·대선거구제 의견 급부상 속
농촌 소선거구제 유지 목소리
조율 없어… 합의 도출은 난망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 2023. 4. 17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최근 막을 내렸다. 의원들은 국토 면적의 10%에 불과한 수도권에서 의원 절반을 배출하는 현 선거제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해법에선 견해차를 보였다. 총선까지 남은 1년 동안에도 이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방소멸 막을 선거제 개편 공감대=10∼13일 전원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현 선거제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지역 대표성’ 문제를 공히 지적했다. 수도권에 의석이 쏠리면서 비수도권 민의를 정치권이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결국 지방 쇠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마산합포)은 “현행 선거제는 수도권 과밀 해소, 비수도권 소멸 예방,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 발전 등 국가 과제를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밝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구리)은 “국회는 국가 균형발전을 부르짖으면서도 수도권 의원 비율을 끊임없이 늘려 14대 34.6%였던 수도권 의석수가 21대 47.8%까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를 그대로 두면 내년 총선 이후 수도권 지역구 의석(128석)은 처음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의 절반을 넘기게 된다.
◆해법은 제각각=해법은 다양하게 제시됐다. 소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의원 한명을 뽑는 제도)의 승자독식 폐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한 선거구에서 두명 이상 의원을 뽑는 제도)가 떠오른 가운데, 농촌에선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일단 의견이 모인다. 농촌에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가뜩이나 기형적으로 넓은 선거구가 더 비대해질 수 있어서다.
다만 국민의힘은 대체로 도시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에선 도농 가릴 것 없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은 “농촌은 인구 감소로 소선거구제에서도 네댓개의 시·군이 한 선거구를 이루는 곳이 많아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면서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농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 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이장섭 민주당 의원(충북 청주서원)은 “소선거구제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의원 한명이 한개 선거구를 책임지는) 소선거구제 아래서 그나마 지방소멸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촌에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배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야당은 비례대표를 확대하되 이를 권역별로 할당해 표의 비례성과 지역대표성을 높이자고 한 반면 여당에선 비례대표를 축소·폐지하는 대신 지역구 의석을 농촌에 더 배분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광주 북구갑)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인구 비례만 따지면 수도권에 의석이 쏠릴 수 있으니 비수도권 위주로 할당 비율을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구·미추홀을)은 “비례대표 47석을 (없애) 지역구로 합치는 동시에 면적이 넓고 의석수가 부족한 지역에 (지역구) 의석을 더 나눠주자”면서 “(중·대선거구제를 함께 도입해) 강원에 3인 선거구 4개를 만들면 현재 8석이 12석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인구수를 절대 기준으로 삼는 선거구 획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민홍철 민주당 의원(경남 김해갑)은 “(인구수만으로 획정한 결과) 농산어촌은 선거구가 너무 넓어서 (한 의원이) 지역을 모두 대표하지 못하는 반면 대도시는 국회의원이 많아 대표성이 중복된다”면서 “인구수뿐 아니라 지역 면적과 생활권 요소도 (획정 기준으로 삼도록) ‘공직선거법’에 반영하자”고 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경북 안동·예천)은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게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수 편차 2대1 기준이 절대적이냐”면서 “선관위가 대안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박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함께 논의해달라”고 답했다.
◆의견 수렴은 부족=문제는 이런 의견이 나열되는 데 그쳤을 뿐 전원위에서 이를 조율해 몇개의 안으로 압축하는 과정은 없었다는 점이다. 의원 개개인은 물론 거대 양당 입장도 정리되지 않아 앞으로도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전원위가 ‘의원들이 모여서 논의는 했다’는 명분을 제공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대표)은 “전원위는 실패했다”면서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잔치로 끝났다”고 꼬집었다.
최악의 경우 여야 합의가 어려운 쟁점은 덮어두고 위성정당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선에서 선거제를 소폭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제도가 큰 틀에서 유지되면 내년 총선에서 농촌 선거구 왜곡은 심화하고 의석수는 더 줄어든다. 한 전문가는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도 못 지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치권 누구에게도 농촌의 지역대표성을 확보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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