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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신문] 쪽파 갈아엎으며 ‘흙빛’ 된 농심...“정부, 생산비라도 보전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4-16 조회 1802
첨부파일 20230414500628.jpg
* 쪽파 가격 폭락으로 팔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충남 예산의 한 농가가 트랙터로 쪽파를 갈아엎고 있다.



       출하물량 집중되며 가격 급락

       수확포기·산지폐기 농가 속출안정화기금 지원도 해당 안돼 

      “농업관측 대상품목 포함해야”


                                                             농민신문  예산=서륜 기자  2023. 4. 16


 “종구며 비료·농약 사느라 빌린 돈도 갚아야 하고 애들 학자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수확은커녕 다 갈아엎고 있으니 속이 새카맣게 탑니다.”

황사가 짙게 낀 13일 충남 예산군 예산읍 일원. 충남 최대 쪽파 주산지인 이곳엔 농민들의 한숨 소리가 가득했다. 애지중지 키우던 쪽파를 출하도 못해보고 폐기하거나 수확을 포기해서다. 농민들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가격 급락으로 출하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흙빛 황사처럼 농민들 마음도 누렇게 변한 듯했다.

쪽파 가격은 지난해 10∼12월 크게 하락한 이후 1∼2월 일부 회복하는 듯했으나 2월말부터 다시 꼬꾸라졌고 그 가격이 3∼4월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쪽파 비닐하우스 20동 가운데 5동을 최근 갈아엎은 박삼열씨(69·발연1리)는 “굵직하게 잘 자란 자식 같은 쪽파를 로터리 쳐야 하는 심정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팔수록 적자를 보니 갈아엎는 것 말고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김학근씨(57·궁평리)는 “최근 5동을 로터리 쳐버렸는데 그동안 투입한 생산비 1000만원 이상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 농가 말대로 현재 쪽파는 밑지면서 출하하고 있다. 예산농협(조합장 지종진)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쪽파 3.3㎡(1평)당 생산비는 1만7600원이다. 하지만 현재 수취 가격은 1평당 8000원 수준으로 9600원가량 적자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밭을 갈아엎거나 수확을 포기한 채 방치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군 전체 1203농가 가운데 약 70농가가 쪽파 일부 물량을 폐기했거나 폐기할 예정이다. 면적으로 치면 18.4㏊다. 군 쪽파 재배면적(588㏊)의 3.1% 정도다.

쪽파값이 급락한 이유는 소비 감소와 생산과잉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김장철을 중심으로 쪽파 소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10∼12월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농가들은 쪽파 수확을 하지 않고 겨울을 났다. 이 쪽파가 올 3월에 본격 출하되기 시작했는데, 원래 이 시기를 겨냥해 재배하는 봄 쪽파와 수확 시기가 겹치면서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박충모씨(64·간양4리)는 “지난해 가을 소비됐어야 할 물량이 올해로 넘어와 3월 봄 쪽파와 동시에 출하되고 있으니 가격이 버틸 재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쪽파 밭 2640㎡(800평) 정도를 수확하지 않고 방치해 잡초만 가득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1년 쪽파 가격이 좋게 나오자 상인들을 중심으로 생산을 늘린 것도 현재 가격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격 급락으로 농가들이 쪽파를 갈아엎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군은 농산물 도매시장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7일 넘게 하락하면 ‘농축산물가격안정화기금’을 이용해 하락분의 85%를 30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쪽파의 경우 그 기준가격이 1㎏당 3902원이다.

쪽파 가격은 지난해 10∼12월 무려 62일간 이 기준가격을 밑돌았다. 최저 3109원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이에 지원 금액은 4억95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가장 많이 지원한 금액이 1억6000만원이었는데 지난해 가을 쪽파 가격이 크게 하락해 기존 기록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군은 13일 쪽파에 대해 농축산물가격안정화기금 지원을 위한 심의를 마치고 농가에 지원금을 조만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지원은 쪽파 주 출하시기(10∼12월)에 가격이 하락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올 2월말부터 지속되는 가격 폭락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셈이다. 더구나 수확을 포기하고 쪽파를 갈아엎은 경우에는 아무런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지종진 조합장은 “쪽파를 갈아엎었다는 것은 가격 회복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산지폐기를 농가 스스로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런 농가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자발적 폐기를 한 농가에 대해 그동안 투입한 생산비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쪽파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수행하는 농업관측 대상품목에 포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쪽파 재배의향면적 등을 조사해 농가에 알려줌으로써 농가 스스로 재배면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 쪽파는 가격 급등락을 반복하는 이른바 ‘투기성’이 강한 품목인데도 제대로 된 재배면적 정보가 없어 이번 가격 급락처럼 농가가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쪽파도 관측 대상품목이었지만 생산량 감소 등의 이유로 지금은 빠져 있다”며 “행정 비용이나 예산 문제 등으로 모든 품목을 다 관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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