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농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부 양곡관리법 후속대책 관련 농업인단체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흥진 기자
찬성 177·반대 112·무효 1명
2/3 의결정족수 못채워 부결
민주당 “대체입법 준비” 입장
농민단체는 기자회견 열고
후속대책 조속 이행 촉구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이기노 기자 2023. 4. 14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지난해 9월 시장격리 의무화 조항이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상임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지 약 7개월이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양곡관리법 후속대책을 이행하는 데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국회는 지난 4월 13일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진행, 재석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쌀 의무매입(초과 생산량 3~5%, 쌀값 5~8% 하락 시)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다행’, 민주당은 ‘민심 역행’이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우리당이 반대하면 부결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를 추진했다”면서 “다행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있을 어떤 민주당의 ‘의회폭거’에도, 국가이익을 위하여 양심을 지키는 집권여당의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절대다수 국민께서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는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마지막 순간까지 여당의 책임을 저버리고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만 했다”면서 “민주당은 농가소득 안정화와 식량주권 확보라는 절대 과제를 포기하지 않고, 농민들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곡관리법 개정을 주도해온 민주당은 대체 입법 등 후속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향후 농민단체 및 농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대체 입법을 어떻게 마련할 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농민단체들은 정부가 제시한 양곡관리법 후속대책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와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주요 농민단체들은 지난 4월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부 양곡관리법 후속대책 관련 농업인단체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학구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상임대표(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와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낙농육우협회장), 박대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장,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 여주현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 감사, 곽찬주 한국새농민중앙회 감사, 윤기현 농협RPC전국협의회 감사, 이보형 농협벼전국협의회 회장대행 등이 참석,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양곡관리법 재의요구 후속대책’을 신속히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후속대책은 △올해 수확기 산지 쌀값을 20만원(80kg) 수준 유지 △내년도 농업직불금 예산 3조원 이상, 2027년까지 5조원 수준 확대 △농업인력 공급확대 및 청년농업인 3만명 육성 등이다.
이승호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회 논의를 통해 단계적 이행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가 필수적일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건전한 토론 문화를 통해서 농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올바른 양곡 정책 수립을 위해서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학구 상임대표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후속대책에 사실상의 쌀값 목표 가격을 제시하고,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통한 쌀 수급안정 의지를 표명한 점, 쌀 문제 이외에도 농업직불금 예산 확대와 농업인력 공급 확대 등의 농정 현안 관련 대책들을 포함한 점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간 쌀 문제에 매몰돼 타 품목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금번 대책을 통해 이러한 논란이 일부라도 해소되기를 바라는 바”라고 밝혔다.
또 이학구 대표는 “이번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면서, △정부가 제시한 산지 쌀값 20만원 수준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적시 추진 △콩·조사료 등 논 타작물 재배 활성화 및 생산 기반 마련 정책 확대 △원자재·사료가격 등 생산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수급 현황과 현장 의견을 고려한 농축산물 할당관세의 신중한 검토 등을 추가로 건의했다.
농식품부는 1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후 입장문을 내고, “농식품부는 4월 6일 민·당·정 간담회를 거쳐 발표한 ‘쌀 산업 및 농업·농촌 발전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우선 올해 수확기 쌀값이 80kg 기준 20만원 수준이 되도록 선제적으로 과감한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는 한편, 전략작물직불제 등 실효적인 수단을 활용, 쌀 수급 균형을 회복하고, 쌀 농가의 소득안정을 뒷받침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농식품부는 “농업직불제 예산을 내년 3조원 이상, 2027년까지 5조원으로 확대해 농가소득 안전망을 확충하겠다”며 “청년농 3만명 육성과 스마트농업 확산 등을 통해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하고, 쾌적하고 살기좋은 농촌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