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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창간기획] 농축산물 도매유통 폭풍 전야 ''온라인도매시장''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23-04-12 조회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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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도매유통 전국 메이저리그 열리는 셈

         경쟁 통해 효율 추구 시장 혼란 야기 우려도

         기준가격 하락 유통인 간 인센티브도 따져봐야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2023. 4. 11



 정부가 지난 2월 농산물 유통의 혁신을 이끌 온라인도매시장을 오는 11월까지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상류(商流)와 물류(物類)가 분리된 농산물 도매시장을 구축하겠다는 게 도입 취지다. 또한 세계적인 트렌드인 디지털 전환에 탑승하고, 농산물 유통의 고질병으로 꼽혀왔던 역물류·특정 시장 집중 등 유통 비효율을 없애 생산자와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각별한 의지도 투영됐다. 대통령 업무보고에 온라인도매시장이 삽입되면서 윤석열 정부 1년 차에 들어서는 정부 입장에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사업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다. 11월 30일이라는 시기를 못 박은 만큼 절박하면서도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농산물 유통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온라인도매시장은 농축산물 도매 유통분야에 한차례 대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농축유통신문은 창간 34주년을 맞아 베일에 싸여 있는 온라인도매시장을 #경쟁 #기준가격 #인센티브 #신뢰 등의 키워드로 분석했다. <편집자 주>



    # 경쟁

온라인도매시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경쟁''이다. 그동안 농산물 도매유통 분야에서는 도매시장 간 경쟁, 도매시장법인 간 경쟁, 중도매인 간 경쟁 등 국지적 경쟁이 펼쳐졌다면 온라인도매시장은 경쟁의 단위를 전국구로 끌어올린다. 

전국에 분포된 모든 도매시장법인, 시장도매인, 수백 곳이 넘는 영농조합법인,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이 판매자로 참여하고 전국 도매시장에 소속된 중도매인, 식자재마트, 대형마트 등이 구매자로 참여하면서 농산물 도매유통의 메이저리그가 열리는 셈이다. 

온라인에 참전하는 플레이어들의 수가 전국구로 승격되면서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산지 발굴에 소홀하거나 특히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방 도매시장 플레이어들은 퇴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모바일 기반 배달 앱이 론칭됐을 때 지역 우량 상권에 기대어 장사를 하거나 열악한 품질 서비스를 제공했던 업체들이 구매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간판을 내린 사례를 참고해 보면 충분히 예상될만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방 도매시장의 깜짝 선전도 기대해 볼만하다. 지방에 있는 도매시장법인들은 산지 물건 확보력이라는 강점이 있는 만큼 온라인도매시장과 같은 활짝 열려있는 소비지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오프라인 도매시장이 물류 거점 기능 중심 시장으로의 변신도 기대해 볼 만한 대목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쟁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정부가 온라인 사용 수수료를 저렴하게 책정했음에도 기존 오프라인의 아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오프라인이 쌓아왔던 ''상품''과 ''가격''에 대한 신뢰를 어떤 방식으로 담보할 수 있을지가 온라인도매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온/오프라인 대결이 ''경쟁''이 될지 ''상생''이 될지도 관심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산하기관인 aT가 온라인도매시장의 개설자로 나서면서 서울특별시 산하기관인 서울시공사가 개설자로서 관장하고 있는 가락시장과 강서시장 등 오프라인 도매시장과의 ''시너지'', 혹은 ''시장점유율 경쟁'' 또한 도매시장 발전을 위한 관전 포인트다.



   # 기준가격

가락시장의 ''기준가격'' 발견 기능도 생각해 볼 지점이다. 

가락시장은 국내 농산물 기준가격을 발견해 오면서 국내 소매 유통뿐만 아니라 전국 농산물 가격의 기준을 제시해 왔다. 이는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가격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충실히 이행해 왔기 때문인데 보다 근본적으로는 좋은 상품을 도매시장에 공급하는 대규모 출하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큰손이라 불리는 우량 중도매인도 가격을 지지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면서 출하자-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의 삼각편대가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번성을 이끄는 핵심 자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대형 출하자들과 중도매인 등이 온라인도매시장으로 편입될 경우 공영도매시장에서 발견하는 기준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벌써부터 이들의 이탈로 기준가격이 떨어지면서 농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에서 천만 원 미만의 매출을 올리는 영세 유통인들이 7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소수 큰손들의 오프라인 이탈이 오프라인 도매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힘들다.

그동안 기준 가격을 발견해 왔던 가락시장의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축산물의 경우 온라인이 성장하면서 일부 육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견하는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차용하기도 한다. 민간 축산물 유통회사인 ''미트박스''의 경우 자사 플랫폼에 추출되는 낙찰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상인들 사이에서는 축산물 기준가격으로 활용되는 사례도 있다.

즉 온라인도매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가락시장에서 수행하던 가격발견 기능을 온라인이 흡수할 가능성도 있으며 그 사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 인센티브

모든 정책과 제도는 참여자들의 인센티브에 의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 특히 온라인도매시장의 성패가 도매시장법인의 초기 활동에 좌우되는 만큼 도매시장법인이 온라인도매시장에 공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이 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도매시장법인들이 타 유통주체보다 사업 볼륨을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을 겸비, 사업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나 산지 발굴에 대한 비용, 수많은 판매자와의 경쟁 등 그들이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를 감안해 보면 큰 유인책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제3자 판매를 허용한다 해도 그동안 농안법 내에서 영위했던 매참인 제도를 활용할 수 있어 인센티브로서의 카드도 마땅찮다. 오히려 수입 농산물과 같은 품목이 온라인에 진입할 경우 수입 농산물 오프라인에서 거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도매인들에게도 온라인도매시장은 썩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전국의 도매시장법인들과의 거래의 길은 열려 있으나 결국 구매자 카테고리에 중도매인을 편입시킴으로서 오프라인 시장에서 활동했던 영업범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다. 

온라인도매시장이 모든 거래 데이터를 흡수하는 만큼 중도매인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구매자 정보에 대한 오픈 가능성 또한 달갑지 않은 문제다. 정부가 온라인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에 대한 유통 경로를 추적할 수 있도록 데이터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온라인에 특화된 중도매인의 경우 온라인도매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는 중도매인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며, 온라인도매시장 론칭을 계기로 사업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려는 우량 구매자들이 있다는 점도 온라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즉 온라인도매시장의 참여는 공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등에게는 매력적인 인센티브가 될 수 있으나 경영의 안정성과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유통주체에게는 참여를 주저하게 만드는 애매모호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



   # 신뢰

대표적인 레몬시장(낮은 품질만 거래되는 시장)으로 분류되는 곳이 중고차 시장이다. 좋은 매물이 부족해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 데다 수익이 적은 탓에 차 1대당 과도한 마진을 붙여 팔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불신''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이곳이 ''피치마켓(우량 상품 시장)''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이 불을 댕겼다. 헤이딜러, 케이(K)카 등 스마트폰 앱이 사고파는 일에 대한 시간과 공간을 줄여주었고, 허위매물·정비·보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들을 추가,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해 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중고차가 빠지면서 대기업까지 참전,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상품 즉, 저질 상품이 퇴출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거래가 피치마켓으로 변화하는 곳에서의 핵심은 결국 시장이 판매자·구매자·중개인 등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축산업의 돼지 산업도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다. 돼지 도매시장의 경우 전체 돼지 생산량의 5%가량 경유하고 있는데 가격발견 기능까지 우려될 정도로 쪼그라들어 도매시장의 존재 이유에 물음표가 달릴 정도다. 돼지 농가들의 규모화로 출하자의 교섭력이 증대됐고 돼지 품질의 상향 평준화까지 이뤄지면서 도매시장을 회피하고 문전거래가 왕성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 품질의 돼지들이 도매시장에 출하되기를 반복하면서 도매시장은 판매자 구매자 모두에게 신뢰를 잃어버리고 만다. 즉 도매시장은 신뢰할 만한 품질의 상품, 제값을 주고 사려는 든든한 구매자가 있을 때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즉 온라인도매시장에서 판매자로 참여하는 APC, 도매시장법인, 시장도매인 등이 산지 발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온라인도매시장의 안정적인 안착을 담보할 수 있고, 중도매인의 소비지 발굴과 식자재 마트 등과 결합한 우량 구매자로의 변신이 온라인 마켓 활성화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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