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별 무역장벽보고서 발간
반추동물로 만든 사료 첫 언급
사과·배·복숭아 시장 접근 요구
농민신문 오은정 기자 223. 4. 6
농축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의 동식물 위생·검역(SPS) 같은 비관세장벽 완화 압박이 해를 거듭할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연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도 농업분야에서는 협상의 초점이 비관세장벽 완화에 맞춰져 농업계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내놓은 ‘2023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보고서)’에서 한국의 SPS 조치를 문제 삼았다. 한국이 미국산 농축산물에 부과하는 관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부분 철폐됐지만 한국의 SPS 조치가 미국의 농축산물 수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USTR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자국 기업·단체들이 제기하는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60여개 주요 교역국의 무역장벽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매년 발간한다.
우선 NTE보고서는 ‘농생명공학 제품에 대한 과한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처럼 새로운 농생명공학 제품이 승인을 받기까지 절차가 길고 복잡한 데다 이를 담당하는 5개 부처의 승인 절차와 요구하는 자료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USTR은 NTE보고서를 통해 매년 이 문제를 지적해왔다.
다만 지난해 7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발의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LMO법) 개정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정안은 유전자가위 등 신기술을 적용한 LMO를 기존 LMO와 동일하게 보면서도 안정성이 확인되면 위해성 심사 등을 면제해준다. NTE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한국) 산업부의 LMO법 개정에 관해 적극 관여해왔고,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유전자변형 기술과 제품에 관한 절차를 과학에 근거해 마련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MO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하고 있다.
축산물 검역도 문제로 꼽았다. 한국 정부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면서 ‘30개월령 미만’이라는 ‘임시 조치’를 내걸었는데 이 조치가 15년이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패티·육포·소시지 등 쇠고기 가공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NTE보고서는 “이런 무역장벽에도 지난해 미국은 한국에 쇠고기 약 27억달러(3조5000억원)어치를 수출했다”며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출시장(수출액 기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반추동물로 만든 반려동물용 사료의 수입 금지 조치’는 이번에 무역장벽으로 처음 지목됐다. 우리나라는 현행 ‘사료관리법’에 따라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 우려가 있는 소 등 반추동물을 원료로 만든 사료의 제조·판매·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NTE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5월 미국 정부는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에 반추동물로 만든 반려동물용 사료의 시장접근(수입 허용)을 공식 요청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미국은 광우병 위험을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농식품부는 2019년 9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수입 반려동물용 사료에 대한 위생 기준을 마련한다고 답했고, 이후 코로나19로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USTR은 “미국 정부가 지난해 2월 한·미 FTA SPS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12월까지도 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산 과일의 한국 시장접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NTE보고서에 실렸다.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에 신선 사과·배·복숭아 등의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오리건주(州) 외 다른 주에서 생산한 블루베리 수입, 체리 수입 절차 개선 등도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과실파리 등 국내 미발생 병해충을 이유로 미국산 신선 사과·배·복숭아 수입을 막고 있다. NTE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검역본부에 이들 품목의 수입 허용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축산물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축산물 PLS는 축산물에 대한 동물용의약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로 2024년 1월1일부터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우유·달걀에 우선 적용한다. 축종별로 사용이 허가된 동물용의약품의 잔류허용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기준이 없는 의약품은 불검출 수준의 일률 기준(1㎏당 0.01㎎)을 적용한다. 이런 방식은 사전에 등록되지 않은 동물용의약품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기 때문에 수출국 입장에서는 불리하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NTE보고서는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PLS가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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