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산업 기계·산업화 진전
적용제외 대상 등 조정 필요”
생산비 부담에 농업계 촉각
한돈협회 등 대책 마련 분주
농민신문 오은정 기자 2023. 4. 5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과 함께 내놓은 ‘근로시간 적용 사각지대 해소’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농업계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달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 1차산업 근로자에 대해서도 근로시간·휴게·휴일 적용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농축산업분야 근로자는 근로시간·휴게·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농축산업분야 근로자는 1주 40시간이라는 법정근로시간은 물론 연장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 만약 제63조가 개정돼 농축산업분야에 근로시간을 적용하게 된다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연장근로수당 ▲주휴일 적용 ▲유급휴일수당 등에 대한 부담이 새로 생긴다.
앞서 고용부는 올 1월 이미 ‘근로시간 적용 제외 규정의 현대화 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공고문은 “1차산업은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근로시간·휴게·휴일 적용을 제외하고 있지만 스마트농장·축산업 등 기후영향을 덜 받는 분야가 확대되면서 1차산업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요구가 점차 증가한다”며 “산업구조의 고도화, 노동환경의 변화 등을 반영해 근로시간 적용 제외의 대상과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는 4∼12월 진행된다.
이를 두고 고용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가 근로기준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노지작물에 고용된 임금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일용근로자 비율이 높고, 시설작물과 축산분야에 고용된 임금근로자는 상대적으로 임시·상용 근로자 비율이 높다.
한 전문가는 “경종농가는 일이 몰리는 농번기에 1일 단위로 계약관계를 맺는 일용직 근로자를 주로 고용하는데 매일 근로자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용주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다”며 “1차산업에 근로시간을 적용한다면 근로시간을 관리·감독하기가 비교적 쉬운 상용근로자 중심의 축산·시설원예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1년 근로기준법 제63조의 위헌 여부를 다툰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도 ‘기계화·산업화가 진전된 분야’에 관해선 근로기준법 관련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제63조의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은 “입법자는 기계화·산업화 등의 진전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 적용 제외 대상이 되는 축산업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축산업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업무 내용을 분류해 실내작업이나 제조·서비스·사무 등 계절과 무관하게 수행 가능한 작업은 다른 사업 종사자와 동일하게 근로기준법의 관련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농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축산농가는 사료비 상승 등의 여파로 이미 생산비를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근로시간까지 적용하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근로시간 적용 문제를 공동 대응하기 위해 다른 축산단체에도 의견을 전달했고 농림축산식품부에도 현행 체제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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