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주키니호박 종자 2종을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로 판정하고 일시적으로 유통을 금지했다. 사진은 서울 가락시장에서 주키니호박 등 채소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LMO 확인돼 4월2일까지 거래금지 ... 향후 파장은
농가 피해 ‘평가 후 보상’ 방침
애호박 등 연관품목 시세 ‘비상’
농민신문 이민우 기자 2023. 3. 27
정부가 국내에서 유통 중인 주키니호박 종자 2종을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로 판정하고, 일시적으로 유통을 금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유통 현장과 산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4월3일부터 LMO 음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주키니호박의 유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매시장과 산지 관계자들은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우려하는 상황이다.
◆긴박한 거래금지 발표에 도매시장 혼선…반품·보상 절차 안내 미흡 우려=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오후 10시경 전국 도매시장 개설자와 도매시장법인 등 도매시장 종사자들에게 ‘농산물도매시장 미승인 LMO 주키니호박 거래금지 및 수거·폐기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해당 공문에서 농식품부는 전국 산지의 출하정지 및 도매시장 거래금지 기간을 3월26일∼4월2일로 명시하고, 이 기간 주키니호박의 도매시장 반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문이 배포된 시각에 이미 서울 가락시장 등 일부 도매시장에서 주키니호박 경매가 시작돼 26일 반입물량까지는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박종식 농협가락공판장 경매부장은 “경매가 시작된 이후 해당 공문 내용이 전달돼 거래를 중단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거래금지 시기에 혼선이 있었지만 개설자 등과 협의해 26일 시장에 반입된 물량까지는 거래하고, 27일 저녁부터 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약 1주일간 주키니호박 거래가 전면 금지되면서 애호박 등 연관 품목의 시세가 요동칠 것을 우려한다. 주키니호박의 시장 반입량은 통상 애호박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진 동화청과 경매사는 “주키니호박은 가격이 높은 애호박의 대체 품목으로, 주로 식당이나 식자재업체에 납품한다”며 “애호박으로 수요가 쏠릴 경우 향후 시세가 급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가 이미 유통된 주키니호박의 반품·보상 협력 장소로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을 지정했지만 관련 절차에 대한 안내가 미흡해 절차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주키니호박을 구매한 소비자·소매상은 구매처 또는 대형마트에 반품하고, 식자재업체나 중간상인 등은 전국 32개 도매시장에 반품하고 보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당해 업체들이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주키니호박을 폐기하면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산해주는 방식이다.
한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식자재업체가 중도매인한테 물건을 직접 구매하기도 하지만 중간상인을 끼고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반품이 어려울 수 있고, 외상 거래 등에 대한 반품 절차도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키니호박농가 날벼락…대체 작물 마땅치 않아 피해 커질 듯=충남 논산과 경남 진주 등 주키니호박 주산지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발표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출하연기 등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폐기에 따른 피해를 평가한 후 보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피해규모를 산정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진주시 금곡면에서 주키니호박농사를 짓는 김영희 나래뜰 대표는 “도매시장에 출하하는 농가들이 받는 경락값이 제각각인데 일률적으로 보상안을 정해서 주면 농가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이제 출하를 시작하는 농가들은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라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LMO 품종으로 판정돼 물량을 폐기할 경우 마땅한 대체 작물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최승복 논산 광석농협 농산물유통센터장은 “현재 주키니호박은 하루 7∼8t씩 출하되는데 갑자기 출하정지를 하면 농가들이 대체 작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논산에선 통상 주키니호박 이후 상추를 재배하는데 현재 시기가 너무 일러 2달가량 밭을 놀려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용민 새우리영농조합법인 대표(금곡면)도 “주키니호박에서 애호박으로 작목을 전환하려면 시설하우스 온도 조절을 위해 시설을 변경해야 되는 등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며 “지금 할 수 있는 건 벼농사로 전환하는 것인데 이 또한 쉽지 않아 피해는 온전히 농가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