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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의장 추가 제안 도마
초과 생산량 기준 9%로 높여
민주당 수정안보다 더 후퇴
“농민에 도움 안돼” 반발
여야도 추가 중재안 거부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2023. 3. 17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터무니없는 중재안’을 추가로 제안한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의 쌀 의무매입 조건을 ‘초과 생산량 9% 이상’ 또는 ‘가격 15% 이상 하락’으로 조정한 것인데, 2021년 쌀값 대폭락 당시 초과 생산량이 ‘7.5%’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3월초 양곡관리법 중재안을 추가로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정부의 재량권을 더 확대한 중재안을 또 다시 내놓은 것이다. 추가 중재안은 정부의 쌀 의무매입 조건을 ‘초과 생산량 9% 이상’, ‘가격 15% 이상 하락’으로 명시했는데, 이는 민주당 수정안인 ‘초과 생산량 3~5% 이상’, ‘가격 5~8% 이상 하락’보다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이 중재안에는 초과 생산량이 ‘3~9%’ 또는 가격 하락폭이 ‘5~15%’일 경우 국회가 정부에 매입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국회의 매입 권고를 받았음에도 쌀을 매입하지 않으면 그 사유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누더기 양곡관리법 필요 없다! 중재안 집어치우고 전면개정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정치권을 맹비판했다. 전농은 “이미 농민들은 첫 번째 중재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민주당이 상정한 개정안도 애초에 농민들의 요구가 다 반영되지도 않았던 불완전한 내용이었는데, 그보다도 후퇴한 내용의 중재안은 통과되더라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진표 국회의장은 더더욱 퇴보한 중재안을 제시했다”면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1년산 쌀은 약 7.5% 초과 생산됐다. 7.5% 초과생산의 결과가 45년 만의 최대폭락이었다. 농산물은 특성상 1%만 초과 생산돼도 가격이 폭락한다. 그런데 자동시장격리 발동요건을 9%로 높이면 그동안 가격이 어떻게 되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전농은 “결국 국회의장도, 민주당도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보다 정쟁을 이기겠다는 오기가 더 큰 것이며, 어떤 내용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피해서 통과시켜놓고 생색이나 내겠다는 욕심이 더 큰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정치적 공방을 멈추고, 건설적인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최범진 한농연 정책실장은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는 쌀 수급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쌀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번 국회의장의 중재안의 경우 시장격리 발동 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상향한 탓에, 오히려 농가에는 독소 조항이 될까 우려된다”면서 “정치적 명분만을 중요시하다 보니 정작 정책 수혜자인 농업인에 대한 배려는 놓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라도 양곡관리법 개정을 둘러싼 무의미한 정치적 공방을 멈추고,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건설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모두 추가 중재안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합의 처리가 불발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오는 3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 수정안(▶본보 2월 28일자 1면 참조)이 통과되고, 연이어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도부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의무매입 조항이 있는 한 중재안을 수용할 순 없다”고 말했고,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장의 추가 중재안은 당연히 수용할 수 없다. 정부·여당이 더 이상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23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수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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