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올해 군급식 방침을 자율과 선택에 방점을 두면서 군납 농가들의 계획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사진은 군 요리사들이 참여한 요리경연대회 모습.
국방부 2023년도 급식방침
1인당 1일 기본 급식량 없애고
품목·수량 자율선택하기로
육류 부위·등급별 의무 폐지
흰우유 급식 횟수도 줄이기로
“계획 생산 차질” 농가·농협 반발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3. 3. 14
국방부가 올해 군급식 수의계약 비중을 70%까지 유지하는 대신 기본급식량을 폐지하고, 자율·선택 급식을 강조하면서 군납 농가들의 계획 생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군납 농가들은 계획 생산이 담보되지 않는 군급식의 수의계약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까지 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6일 2023년도 급식방침을 수립·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방부는 당초 올해부터 수의계약 비율을 50%까지 줄일 방침이었지만 2022년과 동일하게 70%로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그동안 시행해 왔던 장병 1인당 1일 기본 급식량을 폐지하고, 장병 선호도를 고려해 급식품목과 수량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급식방침을 개선했다. 또한 육류의 부위별·등급별 의무급식 비율을 폐지하고, 예산 범위 내에서 부위별·용도별로 자율 선택해 급식토록 하고, 일부 가공식품은 그동안 단일업체 낙찰에서 올해부터 다수공급자 계약품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군 급식품목의 지역 농산물 활용을 높이고 다양한 지역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농·축·수산물의 국내산 원칙과 지역산 우선구매 기조를 지속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국방부의 올해 급식방침은 ‘선택형 급식체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볼 수 있다. 군 장병들의 선호를 우선 고려해 식단편성의 자율성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농협과 현장의 농민들은 수의계약이 작년 수준으로 유지된 것은 다행이지만 품목과 수량을 자율선택하는 방침은 농산물 계획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계획 생산이 담보되지 않는 수의계약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기존엔 기본 급식량이 정해지면 이를 토대로 수의계약을 맺고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기본 급식량이 없어지면서 어느 품목에 얼마의 물량이 군급식에 들어갈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농가 입장에선 계획 생산에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농협경제지주의 한 관계자는 “기본급식량이 폐지된다고 해도 총량으로 군납 계약을 하기 때문에 급식량은 정해질 것이다. 국방부의 방침에 대해 급양대나 부대에 메뉴 편성과 이에 따른 품목별 양을 산정해 줄 것을 요청해 둔 상황이다”며 “앞으로 군 당국과 지역농산물 구매나 수급이 불안정한 품목에 대해선 군급식 품목을 조절하는 등의 설명을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상호 화천군납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군에서 소비하겠다는 물량이 나와야 되는데 그러한 예측이 없으면 계획 생산이 될 수가 없다. 계획 생산이 담보되지 않으면 수의계약이라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군급식의 자율선택을 강조하면서 축산물의 경우 특정 부위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볶음용은 목심과 앞다리를, 국거리용은 양지와 사태 등으로 의무화했지만 이를 폐지하고 예산 범위 내에서 먹고 싶은 부위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겹살과 같이 특정 부위의 쏠림으로 인해 다른 부위가 적체되면서 생산농가의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국방부가 흰우유 급식 횟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기에 흰우유 적체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농협축산경제지주 관계자는 “정육은 부위별로 골고루 (군납 품목이) 정해져 있었는데, 자율 선택으로 풀어 놓으면 특정 부위 (발주가) 올라갈 수 있다. 농가와의 계약 생산 물량이 초과되면 시중에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될 것”이라며 “또한 반대로 적체되는 부위는 군급식이 아닌 일반 시중에 판매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처음 접해보는 상황이라 난감하지만 잘 대처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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